[사설]울산도 공공기관 통폐합…소임을 돌아볼 때다

2022-11-03     경상일보

마침내 울산시가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절차에 들어갔다. 시는 울산연구원을 통해 지난 9월부터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해왔다. 2일 발표된 용역결과는 13개 공공기관을 9개로 줄이는 것이다. 용역에서는 민선8기 4년간 120억원의 예산 절감을 효과로 내세웠지만, 울산시의 속내는 민선 7기에 임명된 기관장들의 교체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을 내보낼 수 있는 합법적 절차를 만든 것이다. 마침 임기가 만료된 울산연구원장이 물러나고 새로 원장이 취임하자 용역이 진행됐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지난달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하고 싶은 일들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받쳐줘야 할 뿌리가 있어야 하므로, 공공기관장들이 자발적으로 결심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며 자진사퇴를 권유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퇴 의사를 밝힌 기관장은 도시공사 사장뿐이다. 민선 7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도시공사 사장은 임기가 아직도 2년이나 남았으나 지난 7월 자진해서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도시공사는 이번 통폐합에서 무풍지대로 남았다.

정부와 공공기관장의 임기 불일치로 인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단사표를 종용하거나 통폐합이라는 극단적 방법이 아니고선 ‘불편한 동거’를 끝내기 어렵다. 울산시의 경우 민선 7기는 다소 수월한 일괄사표로 해결한 반면, 민선 8기는 기관장들의 강력한 버티기로 통폐합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공공기관장은 단체장의 손발이나 다름없다. 김두겸 시장의 말대로 정권교체로 입성한 단체장이 전 정권의 기관장과 함께 일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오랜 기간 정치적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기관장 교체를 목적으로 한 억지성 기관 통폐합이 지역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고령사회와 더불어 평생교육정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울산연구원에서 분리독립한 울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은 다시 울산연구원으로 흡수통합된다. 설립 2년차인 일자리재단은 경제진흥원과 합친다. 6년여 만에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문화재단은 지난해 출범해 전시컨벤션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는 관광재단에 흡수된다. 독립한지 1년도 안 된 사회서비스원은 여성가족개발원으로 되돌아간다. 하나같이 비합리적 꿰맞추기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공공기관의 소임은 시민들을 안전하고 편리하며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억지성 통폐합을 시도하는 단체장이나, 버티기를 고집하는 공공기관장 모두 공공기관의 소임을 되짚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