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칼럼]커피도 제철음식이다

2022-11-03     경상일보

우리는 1년 365일 24시간 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친구와의 약속장소에서도, 언제든 커피 한잔을 손에 드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다. 커피는 우리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음료 중 하나다. 빠르게 나오는 커피를 찾는 사람, 맛있는 커피를 찾는 사람, 건강한 커피를 찾는 사람…. 커피를 즐기는 방식도 각양각색이고 좋아하는 커피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커피문화 발전과 함께 맛있는 커피, 신선한 커피, 몸에 좋은 커피를 찾는 커피마니아들도 많아지면서 커피의 구매방법도 점점 더 구체화 되고 있다.

모든 요리는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시작하는 것처럼 커피도 생두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커피나무는 체리라는 열매를 생산하고, 이 열매의 씨앗이 커피생두이다. 생두를 씻고 말린 뒤에 건조된 생두를 볶아서 향을 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피원두가 된다. 과일의 씨앗이 주원료인 커피이기에 커피도 자연스레 과일처럼 수확기가 있다. 수확기에 따른 맛의 고저 차이에 의한 제철이 생긴다. 커피도 제철음식인 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접하는 원두의 생산지별 수확기는 브라질 5~8월, 코스타리카 11~3월, 에콰도르 5~9월, 에티오피아 11~2월, 파나마 11~3월, 하와이 9~1월, 케냐 11~2월 등으로 나라별로, 지역별로, 다른 수확기를 가진다. 중요한 커피산지 중의 하나인 에티오피아 커피는 맛의 유효기한이 꽤 긴 편에 속하는 원두이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11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생산을 한다. 그리고 4, 5월에 새로운 커피들이 한국에 들어온다. 생두를 수입해서 맛이 떨어지는 것을 ‘톤다운’이라고 하는데, 에티오피아 커피들은 10월, 11월까지는 좋은 맛을 즐길 수 있고 2월, 3월에는 맛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를 ‘커피보릿고개’라고도 한다. 최고급 커피로 자리잡은 파나마 게이샤 커피는 에티오피아 커피보다 짧은, 7~10월 단 3개월을 유효기한이라고 본다. 가격도 비싸고 향과 풍미를 주로 즐기는 파나마 게이샤는 톤다운이 되면 향이 확실한 차이를 보이고, 상품성 또한 현저히 줄어든다.

그렇다면 11~12월이 제철인 커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미(中美·중앙아메리카)에서 생산되는 커피들을 추천한다. 중미는 멕시코와 콜롬비아를 연결하는 지역으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이 유명 커피 산지다. 이 지역 커피들이 한국의 6월부터 12월까지 제철 음식이다. 커피보릿고개라고 불리는 12월에서 2월까지 즐길 수 있는 제철 커피로는 멕시코, 페루, 에콰도르 커피 등이 있다. 다행히 콜롬비아는 국토의 전 지역에서 커피를 재배함으로써 일년내내 커피가 생산돼 세계적인 커피보릿고개를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지는 오래됐다. 누군가 “커피 한잔 하자”라고 말할 때의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싶다는 호의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요즘엔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세련된 공간을 함께 즐기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어떤 종류의 커피를, 누가 볶고 추출한 커피를 마실 것이냐까지 한발 더 나아가기도 한다. 커피가 문화이자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음이다.

문화가 산업으로 연결된다는 것은 많은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세계적으로는 스타벅스가 태어난 시애틀이 커피로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커피도시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헤미안커피숍으로부터 시작된 강릉이 커피문화로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을 뿐 아니라 이젠 커피가 비중 있는 산업으로 자리잡은 도시가 됐다. 커피를 그저 특정 부류의 기호식품 정도로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울산에도 커피숍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한 향토기업은 커피를 새로운 방식으로 볶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도 한다. 울산도 커피문화와 산업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때가 됐다.

정영진 갤러리리아 대표 삼영화학 대표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