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자영업자들 속앓이...“문 닫지 못해 버티는 중…알바 쓸 여유도 없어”

2022-11-03     권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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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한계에 달한 것 같습니다. 문 닫지 못해 간신히 버티는 중입니다. 장사가 된다 안된다의 개념이 아니라 자영업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보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에 지난달부터 전기·가스요금까지 인상되면서 울산지역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기다 최근 둔화됐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신종코로나로 벼랑끝에 내몰렸던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2일 남구 무거동 한 카페 입구에는 테이크 아웃을 할 경우 1000원을 할인해주겠다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카페 사장은 “몇년간 최저시급, 월세, 재료비 등은 가파르게 올랐지만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200~300원밖에 오르지 않았다”며 “매출이 계속해서 줄다보니 알바생을 쓸 여유도 없어 혼자 365일 장사한지도 벌써 4~5년이 넘었다. 이대로 가다간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 자구책으로 5만원 이상 구매하는 손님에 한해 매장공간을 대여해주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2~3인의 소규모 손님이 카페를 이용할 경우 6500~7000원의 매출을 벌 수 있지만 매장에 있는 동안 나가는 전기세와 인건비가 더 크다는게 사장의 설명이었다.

배달을 위주로 하는 도시락 판매 가게도 배달비가 오르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한 도시락 가게 사장은 “배달비를 동결하고 싶었지만 인건비와 재료비가 올라 어쩔 수 없이 올렸다”고 토로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0월 울산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7(2020=100)로 전년동월 대비 5.8%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4% 소폭 상승했다.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전년동월 대비 5.7% 올랐다.

울산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6%대를 돌파한 이후 8월(5.5%), 9월(5.3%) 등 몇달간 둔화된 상태를 보이다 10월 다시 5%대 후반으로 상승하며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10월 물가 상승을 견인한 품목은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전기·가스·수도, 외식 등 개인서비스다.

무(95.7%), 풋고추(87.1%), 당근(59.3%), 부추(57.1%), 배추(48.7%), 양배추(46.6%) 등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이 크게 올랐다.

지난달부터 전기·가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전기·가스·수도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전기요금은 지난달부터 1㎾h당 7.4원 올라갔으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 당 2.7원씩 인상됐다. 이에 10월 도시가스 증가율(36.4%)은 전월(18.4%)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전기료는 전년동월 대비 18.6% 올랐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도 전년동월 대비 6.2% 상승했다. 10월 외식 상승률은 9.2%로 1998년 6월(11.9%) 이후 24년 4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밥(16.6%), 돼지갈비(외식)(16.0%)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외식 외에는 국내단체여행비(26.0%), 세탁료(22.3%), 국내항공료(17.0%), 헬스클럽이용료(15.9%), 여객선료(15.3%)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정부의 유류세 인하로 석유류는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휘발유는 전년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6.8% 상승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