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49)]욕심은 여유로운 데서 이루어진다

2022-11-04     경상일보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몸이 바쁘고 마음이 바쁘다. 마음이 바쁘니 차분히 생각할 겨를이 없다. 차분히 생각할 겨를이 없으니 성찰이 부족하다. 성찰은 자기를 돌아보고 살피는 것이며. 대체로 반성적이다. 반성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 것이니 성찰은 반성을 전제하며 그 반성은 발전을 지향한다.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니 마음이 고요하기 힘들고 고요하기 힘드니 성찰이 부족하고, 성찰이 부족하니 반성이 부족하고 반성이 부족하니 발전이 부족하다. 바쁜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성찰 없는 바쁨은 발전을 가져오기보다는 그저 발전 없는 반복이기 쉽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의 바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시시각각으로 쏟아지는 온갖 정보 때문인가? 바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 구조 때문인가?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바쁜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욕심 때문이다. 남송 때의 대학자 주희와 그의 벗 여조겸이 편저하고 엽채가 집해한 <근사록집해>를 보면 ‘무욕고정(無欲故靜)’이라는 말이 나온다. 북송의 도학자 주돈이가 한 말인데, 뜻은 ‘욕심이 없으므로 고요하다’이다. 달리 해석하면 ‘욕심이 있으면 고요할 수 없다’라는 말이 된다. 사람이 바쁜 근본 원인은 욕심에 있다. 욕심이 크면 클수록 마음이 바빠져서 고요함과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욕심은 욕심을 버릴 때 이룰 수 있다. 욕심이 크면 클수록 이루기 힘든 게 욕심이다. 욕심을 버리면 마음에 고요함이 깃들게 되고, 마음에 고요함이 있으면 사람은 안정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자신에 대한 생각은 반성을 가져오고 반성은 발전을 가져온다. 그러니 무엇보다 마음이 고요함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욕심은 가지되 욕심을 줄이고 욕심을 없이하자.

사람들이 너무 바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씩 자신에게 고요해졌으면 좋겠다.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생각이 많을수록 여물어지는 게 사람이다. 그저 바쁘기만 하지는 말자. 욕심을 내려놓고 고요함 속에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욕심은 바쁜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데서 이루어진다.

송철호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