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천일의 코로나19가 고용시장에 남긴 상처…그리고 치유
2020년초부터 거의 천일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코로나19의 악몽에서 이제 약간은 벗어난듯 하다. 집합금지, 실외마스크 등 방역조치의 상당부분이 해제되었고 확진자 수도 최근 재확산 조짐이 있긴하지만 절정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코로나19는 당장 사라지지 않겠으나 전인류를 휩쓸었던 감염병은 사라지고 나서도 우리사회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기고 어떤 것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기도 한다.
과거 감염병의 역사를 보면 대확산 시기에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고용과 임금도 감소하지만 이후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 노동력 부족으로 오히려 임금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유럽인구의 절반을 앗아간 흑사병은 농노의 지위를 크게 높여 봉건제도를 붕괴시켰고, 20세기초 5000만명 이상이 희생된 스페인독감은, 세계대전과 시기가 겹쳐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기 어렵긴 하지만, 미국 등에서 이민감소로 임금을 상승시켰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이후 울산의 고용과 임금 회복세는 그러한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고용통계는 보통 계절적 특성이 있고 월별 변동이 심해서 몇개월 이상의 평균으로 평가하는데, 올해 상반기 평균 고용률은 58.4%로 코로나19 이전 2019년을 100으로 보았을때 98.9 수준이며, 근로자 평균임금은 2021년 292만원으로 2019년(100) 대비 99.1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전국의 고용과 임금이 이미 코로나19 이전수준을 상당폭 상회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울산은 남성 제조업 종사자들의 고용 및 임금 회복이 전국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렸던 것으로 판단된다.
울산의 고용 및 임금 회복이 느렸던 데는 지역경기 회복이 빠르지 않았던 요인도 있지만 고용시장의 구조적인 특성에도 상당부분 기인한다. 먼저 울산에 풍부한 제조업 일자리는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 예를들면 식품, 의약품 등이 아닌 자동차, 선박 등을 주로 생산하고, 아울러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한 비필수 및 비재택 일자리는 특히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데 울산은 이같은 일자리 비중이 40%를 넘어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높다. 또한 수출비중이 높아 대외여건의 영향을 크게 받으므로 글로벌 수요 둔화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충격을 IT 등 비대면산업 성장으로 상쇄한 수도권보다 부진의 골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이전부터 누적된 인구유출이 노동공급 부족을 초래해 고용회복을 더욱 제약했다. 울산 취업자수 변화를 수요 및 공급요인으로 분해해 보면 최근 노동수요 회복에도 공급부진 요인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는 2010년대 후반 주력산업의 경기둔화로 대거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노동력이 이후 되돌아오지 않음에 따라 지역내 우수 인력이 부족해지고 고용주와 취업희망자 간 미스매치는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종은 최근 신규수주 호조에도 불구하고 과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업무강도 대비 낮은 임금 등의 여파로 구인난이 심한 모습이다.
그런데 울산 고용시장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등 기술발전으로 자동화 가능성이 큰 일자리 비중이 울산은 50%를 상회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에 더해 전기차 등으로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으로 생산에 필요한 인력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이다. 과거 가솔린 등 내연기관 자동차 1만대 생산시 10명의 인원이 필요했다면 순수 전기차를 만들때는 3~4명만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와 같은 경기충격이 기업에게는 고용조정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울산 기업의 경우 매출액 10% 감소시 고용이 1.9%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이는 전국평균 1.2%보다 큰 폭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친환경 패러다임 전환이 고용에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신산업으로 구조개편에 성공하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회가 된다. 울산의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이 친환경제품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구축되고 있는 미래차, 수소경제 인프라를 잘 활용해 이들과 연계된 울산만의 지식서비스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해 디지털, 플랫폼기업등의 적극 유치를 통해 울산지역 산업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야 하겠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완화하기 위해 고용 중개서비스를 첨단화, 효율화하는 것도 당연한 과제이다. 다행히 여름 이후 울산의 고용이 상당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기세가 더 이어지기 위해 산, 학, 관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배용주 한국은행 울산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