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77)]시몬, 너는 좋으냐
어제는 겨울로 들어간다는 입동(立冬)이었다. 그러나 계절은 아직 낙엽 휘날리는 만추(晩秋)다. 은행잎이 땅위를 노랗게 뒤덮고, 도로변에는 한번씩 불어오는 바람에 가로수 낙엽이 나뒹군다. 바야흐로 추풍낙엽의 계절이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지난 2019년 9월 광화문글판에 이생진 시인의 시 ‘벌레 먹은 나뭇잎’의 글귀가 올려졌다. 이생진 시인은 또 다른 시 ‘낙엽’에서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울 때가 있다/그 때가 좋은 때다/ 그 때가 때 묻지 않은 때다/…”고 읊었다. 이근배 시인은 “낙엽은 지는데 생각은 싹을 틔운다고 했다. 단순히 낙엽 지는 것을 아쉬워 할 것이 아니라 생각의 싹을 틔울 수 있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했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의 시 ‘낙엽’은 젊은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읊어봤던 시다. ‘낙엽’이라는 제목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로 더욱 알려졌다. 시몬이라는 여성은 구르몽이 내세운 인물이다. 낙엽은 곱고 정답지만 또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버림받은 대상이기도 하다. 구르몽은 마지막 연에서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인생 또한 언젠가는 낙엽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시를 읽고 나면 낙엽을 밟는 소리가 너무나 공허하다.
낙엽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낙엽은 은행잎이다. 행정기관에서 가로수로 은행나무를 심은 것은 도심의 미세먼지 등 공해물질을 흡착해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변해 떨어지면 천지가 노란색으로 뒤덮인다. 하지만 낙엽과 동시에 떨어지는 은행열매는 심한 악취 때문에 민원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입동이 지났지만 낙엽이 모두 떨어져야 비로소 겨울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