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업계 시설투자 속도조절
2022-11-14 석현주 기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NB라텍스 생산시설 증설을 계획했던 금호석유화학이 투자비용을 소폭 증액하고, 완공 시기를 4개월가량 늦춘다고 공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의료용 장갑 원료로 사용되는 주력 제품인 NB라텍스 증설 계획과 관련해 투자금액을 기존 2560억원에서 2765억원으로 늘리고, 투자 종료 예상 시점도 기존 2023년 12월31일에서 2024년 4월30일로 미루기로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환경 변화와 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투자금액과 투자기간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6월 연산 24만t NB라텍스 생산시설 증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총 2560억원을 들여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NB라텍스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2023년까지 총 95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상황 때문에 투자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자재 조달도 여의치 않자 투자 종료 시점을 4개월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NB라텍스 수요가 꺾이고, 당분간 시장 가격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실적을 보면 합성고무 사업 영업이익이 84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2.2% 급감했다. 지난해 코로나 유행기에 급증한 NB라텍스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NB라텍스 시장의 장기적 성장세가 견고한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9월에는 한화솔루션이 지난해부터 1600억원을 투자해 추진하던 질산 유도품(DNT) 시설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DNT는 질산과 톨루엔을 원료로 생산되며, 인조가죽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의 핵심 원료다. 한화솔루션은 당시 관련 산업을 수직계열화하고 DNT를 자체 조달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등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자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종 기업들도 국내외 투자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을 경험한 SK하이닉스도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한 것ㅇ다.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수급 밸런스가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부진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과 원자재 수급 부담, 환율 등으로 영업 환경이 쉽지 않다”면서 “당분간은 이와 같은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