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눈물·감동의 37년차 경상도 부부 이야기

2022-11-15     전상헌 기자
부부의 소소한 일상과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긴 연극이 울산 관객을 찾아왔다.

울산 CK아트홀은 오는 12월31일까지 뮤직드라마 ‘당신만이’를 무대에 올린다.

뮤직드라마 ‘당신만이’는 결혼 5년 차부터 37년 차까지 한 부부의 일상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 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대부분이 목욕탕이나 동네 커피숍에서 들을 수 있는 아줌마들의 수다 내용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 이야기다. 마치 옆집을 몰래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극은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강봉식(신재열 분)·이필례(이지수 분) 부부가 장을 봐 오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내는 “1년에 딱 두 번이라던 제사가 결혼하니 왜 이렇게 많아진 것이냐”고 푸념하고, 부부가 옥신각신 다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봄날의 오후같이 변덕이 죽 끓듯 하던 결혼 5년 차 부부는 12년 차 부부가 된다. 동네 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서로가 가진 생각과 고민도 나누는 부부다. 중장년층 관객을 타깃으로 한 연극인만큼 시종일관 “맞아. 우리 얘긴데”하고 무릎을 친다.

어느새 부부는 결혼 20년 차가 되고, 자식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얼굴 맞대고 살아온 지 37년, 비록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더욱 깊어졌다.

연극은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강봉식역을 맡은 신재열 배우와 괄괄한 경상도 아줌마 이필례역을 맡은 이지수 배우가 보여준 환상의 호흡에 딸역 강은지 배우, 멀티역 이예지·김동원 배우의 재치 있는 순발력, 맛깔나는 연기력 덕분에 더욱 빛이 난다.

특히 뮤직드라마 ‘당신만이’는 싸이 ‘연예인’, 자두 ‘대화가 필요해’, 한영애 ‘조율’, 자우림 ‘Hey Hey Hey’ 등 1990년대부터 2000년까지 추억의 가요를 매개로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상황에 맞게 설정돼 관객들을 극에 완전히 몰입시킨다.

게다가 마지막 무대의 음악은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로 장식했다. 이 곡의 가사처럼 연극은 지독히도 힘들었던 지난날과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지난날을 보여준다. 그리고 해가 저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시간에, 집에 있을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 인생을 그리고 있다. 입장료 5만원. 단체·청소년 등 40~62.5% 할인. 문의 1533·2704. 전상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