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78)]돌에 핀 꽃, 石花
바야흐로 굴 철이다. 굴은 김장은 물론 굴전, 굴국밥, 굴파전 등 어디 안들어가는 데가 없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세계 최대의 굴 생산·소비 국가로 꼽힌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이탈리아인 알베르토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수산시장에서 굴을 까서 그냥 마구 먹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한 점에 5000원이나 하는 고급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모습이 신기했다는 것이다.
치과 치료를 한 남편을 위해/ 만든 연하고 향기로운 굴전/ 음식은 배려 친절이다// 어릴 적 굴 안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어 너무 맛있다/ 어머니는 석화/ 이제야 알겠다// 석화石花/ 돌의 꽃/ 바닷속 엄마의 젖 향 보드라운 아가의 속살/ 훗날 내 몸에 배어진 그리움/ 단단한 껍질 속 나 품고 바위에 꼭 붙어/ 피어난 어머니 ‘굴전’ 전문 (한복선)
굴은 석화라고도 불리는데, 돌 석(石)자에 꽃 화(花)자로 표기한다. 돌에 자라는 이 굴은 입을 벌렸을 때 마치 꽃처럼 생겼다 해서 石花(석화)라고 이름 지어졌다. ‘돌에 핀 꽃’이란 뜻이다. 어리굴은 ‘어리다’ ‘작다’는 뜻으로 돌이나 너럭바위에서 자란 자연산 굴을 말한다. 이 외에도 참굴, 벚굴, 강굴, 바윗굴, 떡굴 등이 있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는 굴은 요리를 해도 영양소의 변화가 없어 완전식품에 가깝다. 단백질 중에서도 필수 아미노산, 칼슘 함량이 높으며, 철·아연·구리·망간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다. 특히 풍부하게 들어 있는 철은 헤모글로빈의 주성분으로 빈혈 예방에 도움을 준다.
굴 예찬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똑같다. 서양 속담에 ‘굴을 먹어라, 그러면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다(Eat Oyster, Love Longer)’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배 타는 어부의 딸은 까맣지만,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피부가 하얗다’는 속담이 있다. 굴은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고, 피부미용에도 좋아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미인들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굴의 육질은 몸에 이로우며 피부를 예쁘게 해준다’는 구절이 있다.
나폴레옹이나 아이젠하워 등은 전쟁터에서도 굴을 조달해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에서 굴 먹기 가장 좋은 나라가 우리나라고 한다. 가격이 싸고 싱싱한데다 어디가든 구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복받은 나라인가. 요즘 제철 굴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소주 한잔에 제철 굴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