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풍년’ 가격하락에 농민 울상

2022-11-15     권지혜
풍년에 올해 울산지역의 과일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과일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평년 대비 이른 추석에 비쌌던 과일 가격이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남아도는 과일 물량에 울상을 짓고 있다.

14일 오전 남구 신정상가시장. 제철과일인 사과, 배, 단감, 홍시를 사는 시민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단감을 박스로 사가거나 시장 바구니에 가득 담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지난 추석 비싼 과일가격에 울상을 짓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한 60대 중년 여성은 “원래는 과일을 살 생각이 없었는데 가격이 많이 내렸길래 오랜만에 과일을 사간다”며 같이 온 일행에게도 과일을 추천했다.

상인 A씨는 “올해는 풍년이라 전반적으로 과일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며 “상태가 좋은 과일들은 조금씩 가격이 오르기도 하지만 대체로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인 B씨도 “한 박스에 1만2000원 정도 하던 과일 가격이 최근 며칠새 1000~2000원 정도 내려갔다”며 “특히 샤인머스캣의 경우 재배량이 늘어나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신정시장에서 판매되는 배 10개의 소매가격은 3만3300원으로 한달전(3만3800원) 대비 500원 내려갔다. 감귤 10개의 소매가격(4000원)도 몇주 내 660원 떨어졌다.

울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 울산지역은 태풍 피해도 별로 없어 배, 사과, 단감의 수확량이 작년 대비 최소 5%에서 최대 25%까지 늘었다”며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과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풍년에 대박을 기대했던 농민들의 얼굴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남구에서 과일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53)씨는 “이번 배 농사가 잘되서 제값을 받을줄 알았는데 속상하다”며 “팔아도 안팔아도 마음이 안좋긴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울주군에서 과일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48)씨도 “풍년에 과일 물량이 너무 많다보니 손해를 보고 팔거나 저장창고에 넣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도매로 넘기는 것도 한계가 있어 직접 장에 나가서 팔고 있다”고 속상함을 표했다.

과일 가격이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부담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 C씨는 “딸기 16개가 들어있는 과일 한바구니를 2만원에 샀다”며 “과일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고 해도 여전히 체감상으론 비싼편”이라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