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재난을 경험하게 된다.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를 경험하기도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사고를 경험하기도 한다. 10월의 마지막 주말에 이태원에서는 대규모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고 사고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학생을 포함한 젊은 사람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움이 컸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또 갑자기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충격적으로 사람들은 재난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한다. 이러한 후유증을 심리적 트라우마(trauma)라고 부르고 트라우마가 지속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재난으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는 연쇄적으로 지역사회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먼저 1차적으로 현장에서의 생존자나 목격자가 영향을 받고 그 가족이나 친구나 지인이 2차적인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3차적으로 구조 관련 인력 등 관련 업무 종사자가 영향을 받으며 그 지역 주민, 다른 지역 주민들이 4차, 5차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많은 사람이 왕래하는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하였으며 많은 목격자와 관련자들이 있어 그 충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했던 분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고 이들이 사고의 후유증으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회의 관심과 위로가 유가족들이나 부상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많은 힘이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과도한 비난을 하지 않고 심한 죄책감으로 힘들어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코로나19 유행 초창기에도 직장에서 또는 사회에서 특정인 때문에 질환이 퍼졌다는 비난과 나 때문에 코로나가 퍼졌다는 죄책감 등이 있었다. 이번 사고 이후에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원인을 잘 파악하여 추후 대비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비난이나 죄책감은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나가는 데 방해가 된다.
또한 과도한 영상 시청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고 초창기 관련 영상이 무분별하게 SNS나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었다. 영상의 반복적인 시청은 과도한 불안을 유발하고 간접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 더군다나 여과 없이 공유되는 영상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를 할 수 있고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나 그 가족에게는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원 인력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나 지원도 중요하다. 지원 인력 역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많은 관련 인력들 특히 현장에서 선의를 가지고 심폐소생술(CPR)을 했던 일반 시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심리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고 이후에 지속해서 힘들다면 상담받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크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상담받거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 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태원 참사 후속 지원 지원과 관련해 심리지원과 의료지원 간 연계 체제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고 이후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줄이는 것은 더 중요하다. 사고와 연관된 많은 분이 힘들어하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진용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