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시선은 행동이다
시선은 행동이다. 시선은 관계를 만든다. 시선으로부터 관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바라봄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여는 최초의 행동이다. 관심의 표현이고 관계의 시작이다. 그러나 바라봄은 경계의 시작점이 되는 최초의 행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외와 편견의 시작이기도 하다.
시선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만든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동일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누군가는 관심으로, 누군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나누는 시선에는 특정 값이 덧대어 있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 사람의 눈빛과 말투에서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동시에 탐색한다. 그렇게 나에게 오는 시선은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받았던 시선으로 나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런 나의 시선은 또 누군가의 정체성의 기준값이 된다.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시선은 우리를 형성한다. 우리는 그 시선 속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누군가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시선의 감옥에서 살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외부적인 시선값 속에서 우리는 사회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을 자신의 가치로 내면화한다.
시선은 평가이다. 사람들은 생각을 담아 사람을 바라본다. 자기의 판단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그러므로 생각을 담아 누군가를 바라보는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선은 이미 행동이다. 우리의 시선은 과연 건강할까? 나의 시선에는 편견이 많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편견을 용인하고 있고 나에게도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선은 건강한 생각을 방해한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내재화하는 수동적인 존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형성된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온전히 수동적인 존재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다양한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하면서 동시에 필터링을 통해 자기 자신의 가치 체계를 스스로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방정식의 좌푯값은 관계식과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 사회의 가치관과 규범이라는 관계식으로 형성된 방정식이다. 삶의 방정식에는 결괏값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자기 자신’이 있다. ‘우리’가 방정식의 좌푯값을 결정하는 하나의 상숫값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있는 사회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자기 자신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아이들이 자기의 삶을 위한 상숫값을 지닐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온전히 자기 자신만이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건강하게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시선의 감옥에서 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포로도 꼭두각시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