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달천 기후행동가’와 함께 성장한 2년
지난해 3월경 분주한 학기 초가 지나고 조금의 여유를 가질 때쯤 북구 달천고등학교 학생 20여명으로 구성된 ‘달천 기후행동가’를 맡아 기후위기에 대응을 위한 실천방안에 관해 매주 교육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수업 이외의 활동에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할까?’에 대한 의구심으로 처음에는 머뭇거렸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활동을 해보고 싶은 욕심으로 ‘달천 기후행동가’ 교육을 수락했다.
단톡방을 통해 기후변화에 관한 신문 기사를 안내하고 학생들이 관련 기사를 매일 읽도록 지도했고 기후변화의 원인, 영향 및 대응 방안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교재를 활용해 의견을 나누는 활동을 진행했다. 활동이 끝난 후 기후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좋았으나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서야 저자는 교실 속에 머무르는 지식 전달의 수업을 했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았다.
2022학년도 ‘달천 기후행동가’ 교육을 부탁받고 미안함과 아쉬움을 떨쳐내고자 고민 없이 수락했다. 4월부터 시작된 ‘달천 기후행동가’ 모임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본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계획하는 과정으로 시작했다. 계획한 사업들의 공통점을 찾아 분류하고 실현 가능성과 중요도를 분석해 3가지 사업을 선정했다.
첫째 ‘교내 챌린지 활성화’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학생자치회가 주관해 진행되는 플라스틱 병뚜껑 모으기, 이면지 사용하기 등의 다양한 챌린지에 학생 참여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둘째 ‘그거 안 쓸 거면 나눠’는 안 쓰는 물건을 공유해 자원을 절약하고 공유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셋째 ‘일상 E 기념일’는 환경의 날, 에너지의 날 등을 비롯한 다양한 환경기념일 행사를 지속 추진해 환경에 덜 부담을 주는 행동이 일상화가 되도록 하는 행사이다.
공식적인 자리로 마련된 ‘달천 기후행동가’ 사업계획 발표회에서 학생들의 활동을 응원하고 지원을 약속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더 신난 모습으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인들의 관심과 지지가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자발적이며 의지를 갖고 참여했지만, 학교의 각종 행사 및 개인 사정으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기면서 참여도에 관한 갈등이 생겼다.
위기라 생각해 갈등 해결을 위해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학생들 스스로가 갖고 있던 불만과 문제점을 공유하며 역할을 재분배하며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기다려 주었다. 그 결과 학생들의 협력이 더 좋아졌으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다. 이렇듯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달천 기후행동가’ 학생들은 학생 강사가 되어 경험하고 실천했던 활동을 진솔하게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활동을 끝으로 무사히 마무리하게 되었다.
‘달천 기후행동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실천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행동하지 못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오히려 필자는 학생들에게 직접 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눈높이로 바라보고 성장을 바라볼 수 있는 기다림을 배울 수 있었고 스스로 탐구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변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각급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 학부모님들의 관심 속에서 학생이 주도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보급되기를 희망하고 환경 교사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달천 기후행동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김종우 울산고교학점제지원센터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