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어떤 비나이다

2022-11-17     경상일보

11월10~13일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중일 3국이 함께 회동했고 또 한미, 한일, 미일 간에도 정상들이 만났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대만을 돕고 살리는 것이 미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세력을 누르는 방법임과 동시에 해상로를 확보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세안 정상회의에 10개 아세안 회원국 중 미얀마를 제외한 9개국 정상들이 모였다.

미중 정상회담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루어졌다. G20 국가들은 전 세계 GDP의 85%를 차지하고, 국제 무역의 75%,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부쩍 커진 시 주석은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니 대만문제는 건드리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다루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미국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으로 핵심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경제정책을 취하고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그 기술 수출을 통제하고 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서도 중국을 따돌리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차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또 러시아가 핵무기를 쓰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G20 정상회의 폐막식을 하는 15일 저녁, 한중간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북핵실험과 관련해 중국측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당부했다. 중국은 한국이 이웃사촌이라며 돕고 살아야 한다면서 미국중심의 공급망에 한국이 편승하는 것을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북핵의 위협에 대해서는 패를 쓰고 있다. 북한은 중국에게 목이 졸리는 가마우지이며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입술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도 패를 쓰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 산 가스를 쓰지 않으면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러면 푸틴이 손을 들 것이란 예측이 빗나갔다. 이웃나라를 잡아먹는 러시아의 못된 짓을 응징하는 나라가 없고 경제제재를 하였는데 러시아의 가스를 사주는 나라가 있다. 러시아를 먹여 살리는 것이다. 바로 BRICS 국가들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으로 구성된 BRICS의 대표주자가 인도와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다 치고 인도는 왜 러시아와 손을 잡았을까? 겨울이 온다. 러시아가 값싸게 가스를 공급한다면 비싼 돈을 주고 다른 연료를 구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비축유를 방출했고 EU의 우방 국가들을 달래고 있다.

BRICS 국가들의 인구는 32억 명이다. 세계인구의 40%이다. 이들 5개국의 GDP는 미국과 한국의 GDP를 합한 정도이다. 중국의 GDP는 미국의 77% 수준이다. 사실,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GDP에 약간 못 미친다. 그것도 가스를 빼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들은 미국 중심의 IMF체제, 특히 달러의 기축통화에 불만이 많다. 중국이 반기를 들고 나서서 만든 것이 바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다. AIIB의 자본금 규모는 110조5000억원(1000억 달러) 이상으로, 아시아의 개발 수요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달러의 기축통화와 그 미국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 사실, 미국이 우방국들을 도와주지만 거저가 아니고 무기와 지식재산을 엄청나게 팔아먹는다. 우리나라는 핵우산 때문에도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약소국의 비애다. 미국으로부터 독립하면 중국이라는 더 나쁜 형님이 있다. 삼촌 스카로부터 아버지를 잃고, 살고자 멀리 달아나 절치부심하며 힘을 길러 돌아온 라이언 킹, 심바를 생각한다. 우리가 라이언 킹이 될 수 있을까. 우리라고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못할 것 있나? 세상은 주먹이다.

그런데, 치열한 외교무대에서 애쓰는 대통령을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빌면 대통령이 탄 전용기가 추락할 것이라며 동참을 하자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종교지도자란다. 전용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다. 무엇이 잘 못되었을까? 복도 죄도 지은대로 받는다. 그래서 적선하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다. 그가 믿는 하나님은 그도 귀한 자식이니 긍휼(矜恤)히 여기시겠지만 역천자(逆天者)가 어찌 존(存)하겠는가? 말세라는 말은 안하고 싶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