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후회는 금기 아닌 한 단계 성장하는 열쇠
2022-11-17 서정혜 기자
많은 사람들이 ‘나는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앞만 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 인간은 후회를 피할 수 없기에 절대로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틀린 말인 것이다. 후회는 살아가면서 느껴야 하는 필수경험이다. 인생에는 수많은 갈림길이 있고, 선택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후회라는 것은 수많은 갈림길에서 수없이 선택하고 만들어낸 소중한 보물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미국인 4824명을 상대로 ‘후회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응답자의 82%는 ‘적어도 가끔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 후회되는 것’에 대한 한 질문에는 자신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자기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주위 사람들에게 더 신경쓰지 못한 것 등 이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올림픽에서 동메달리스트는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기뻐한다. 그들은 ‘적어도 메달은 받았잖아’라고 생각한다. ‘적어도’라는 사고는 현재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와 비교한다. ‘했더라면’이라는 사고는 더 나아지는 상황과 비교한다. 이것이 은메달리스트의 사고인 것이다. 그들은 흔히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조금만 더 했더라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메달리스트는 웃지만, 은메달리스트는 전혀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씁쓸해한다.
‘적어도’라는 생각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하지만, ‘했더라면’이란 생각은 상처이기에 불편함과 고통을 준다. 그리고 우리는 ‘적어도’의 기분보다 ‘했더라면’의 감정을 훨씬 더 자주 느낀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후회의 고통을 사랑한다. 이 후회는 현재의 감정을 희생해서 앞날, 더 좋은 삶을 살도록 우리를 이끌기 때문이다. 후회를 하는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우고 전략을 수정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만든다.
후회없는 삶이란 너무 꿈같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고 밝은 면으로 세상을 보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긍정은 자칫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들 수도 있다. 두려움을 모르면 위험을 피할 수 없고, 분노를 억누르면 옳고 그름에 관한 감각이 둔해진다. 반성을 하고 후회를 통해 우리는 배운다. 한 단계 성장하는 열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승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