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독립운동가 서훈지정·상향 ‘험로’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앞두고 있지만 울산 출신 독립운동가인 고헌 박상진 의사와 성세빈 선생의 후손들은 올해도 답보 상태인 서훈 상향과 서훈 지정 보류에 속을 태우고 있다. 울산시와 동구 등 지자체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전방위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어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성세빈(1893~1938) 선생은 공식적인 사료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역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1919년 중구 병영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에 참가한 독립운동가로 전해지고 있다. 또 개인 재산을 투입해 1920년 울산군 동면 일산리에 노동야학을 설립해 교육 활동을 펼쳤다.
1922년에는 노동야학을 사립보성학교로 변경해 7년간 교장직을 맡는 등 문맹퇴치와 민족 계몽운동에 힘을 쏟았다. 동면청년회, 울산군청년연맹, 정우회, 신간회 간부로도 활동했다. 1929년에는 신간회 울산지회로부터 민간교육공로자 표창도 받았다.
성 선생의 후손은 1986년부터 지속적으로 국가보훈처에 독립유공자 서훈 지정을 요청했지만 일본과 관련된 회사에서 근무한 점을 들어 독립유공자 포상 및 서훈 지정이 번번이 보류되고 있다.
성 선생은 교장직에서 물러난 1932년 방어진주조주식회사 감사와 1937~1938년에는 방어진어업조합 감사직을 맡았다. 그런데 이 회사들의 지분 일부에 일본인이 포함된 점이다. 1929년 방어진주조 건립 당시 일본인과 조선인의 합자회사로 시작했다.
보훈처는 “독립운동 공적이 원전자료에서 확인됨을 원칙으로 하며 사망 시까지의 행적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며 “성세빈 선생은 독립운동 활동과 경제활동과의 괴리 등으로 그 공적이 서훈 수여의 타당성을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고 보류 이유를 설명했다.
동구는 내년 당초 예산에 독립운동가 발굴 연구용역비를 반영해 성세빈 선생의 서훈 지정을 위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박상진(1884~1921) 의사의 서훈 상향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상진 의사는 1915년 7월 광복회를 조직하고 총사령에 취임해 항일 운동에 앞장섰다.
1963년에는 독립유공자 건국훈장 독립장 3급에 추서됐으나 이는 독립유공자 서훈 중 최하위다. 울산시는 박 의사의 서훈 상향을 위해 보훈청에 지속 건의했으나 상향되지 못했다.
시는 지난해 박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범시민 서훈 상향 서명운동을 진행해 10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지와 추가 공적 내용들을 취합해 보훈청에 제출했으나 서훈 등급 상향을 결정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돼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정치락 울산시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박상진 의사의 서훈 승격 및 대우 상향을 위한 촉구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박상진 의사의 서훈 상향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여러 방식을 통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공훈전자사료관에 따르면 울산 독립유공자 포상자는 총 102명이며, 이 중 70명은 울산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