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또 ‘원점’

2022-11-17     이춘봉
KTX

울산시가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의 조속한 조성을 위해 롯데측에 사실상 주상복합 건축으로 사업 계획을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롯데는 여전히 사업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조성의 장기 지연이 우려된다.

16일 시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해 7월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조성에 들어간 뒤 부지 조성 단계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공정률은 3% 수준으로 진척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당초 롯데는 공터로 남아 있던 2단계 부지에 대체 주차장을 조성한 뒤, 공영주차장인 1단계 부지에 건물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롯데 측은 공사비 증가와 경영 여건 변화 등으로 쇼핑몰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환승센터 사업의 수익성이 저하돼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근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으로 부동산 PF가 쉽지 않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미관 저해는 물론, KTX역세권 활성화에도 악재로 작용해 울산시 역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시는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가는 언제 사업이 완료될 지 알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달 1일 열렸던 세계한상대회 개막식에서 김두겸 시장이 신동빈 롯데 회장에게 조속한 사업 추진을 당부한 게 단적인 예다.

이에 시는 사업의 속도를 내기 위해 롯데 측에 가능한 모든 수익성 제고 방안을 갖고 오라고 요청했다. 쇼핑몰 중심의 사업에서 주상복합으로 사업의 중심 축을 변경하는 길까지 열어준 셈이다. 특혜 우려가 일 수 있는데도 시가 롯데에 수익성 제고 방안을 요청한 것은 사업의 장기 중단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이다.

시는 쇼핑몰을 중심으로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할 경우 상가 분양 가능성이 낮아 롯데가 사업 재개를 망설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분양이 보다 원활한 주상복합으로의 전환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시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롯데측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사업을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역시 분양 가능성을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으로 사업 계획을 변경하더라도 사업의 조기 진행이 쉽지 않다는 점 역시 문제다.

복합환승센터 부지는 도시계획시설 상 자동차정류장 용도로 지정돼 있다. 주거시설이 들어가는 주상복합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용도 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당초 승인받은 사업계획을 10% 이상 변경할 경우 국토교통부의 재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설계를 완전 변경하고 도시계획시설 용도까지 바꾸려면 1~2년 이상 사업 답보는 불가피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시는 롯데가 새로운 안을 제시하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라며 “시기적으로 좋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은 알지만 KTX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조속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