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으로 옮겨간 길고양이 급식소 ‘민원’

2022-11-21     신동섭 기자
‘캣맘’들이 계속된 민원 및 주민들과의 다툼을 피해 다중이 이용하는 공원 등으로 고양이 급식 장소를 옮기면서 또 다른 부작용과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 제재 방안 등 뾰족한 해법이 없는 지자체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 19일 울산대공원 남문. 행사 참가를 위해 수백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인적이 드문 매점 뒤나 나무 밑, 주자창 외곽에는 터줏대감처럼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린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고양이 먹이 통이 설치돼 있다. 먹이 통 주변과 대공원 동문 부근의 잔디밭에는 바짝 마른 고양이 분변이 여기저기 보인다. 돗자리를 펴던 한 관광객은 고양이 똥을 발견하고 자리를 옮겼다. 대공원 직원 A씨는 “행사 열린다고 말끔히 치운 게 이 정도다”라고 말했다.

캣맘들은 주택가에 길고양이 먹이 제공과 보금자리 설치로 주민 반발과 민원제기가 지속되자 수년 전부터 공원에 고양이 먹이 통 등을 설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길고양이들이 공원으로 몰려들면서 아이들이 노는 모래놀이터나 잔디밭 등에 똥을 싸는 등 위생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공원 당국은 길고양이 먹이 통 등을 철거하거나 경고장을 게시하지만 소용이 없다. 캣맘들이 먹이를 주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다 먹이를 주는 행위를 처벌할 근거도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공무원 B씨는 “길고양이 관련 민원으로 경고장이나 플래카드를 걸기도 조심스럽다. 단순한 안내 협조문이지만 캣맘들이 집단으로 항의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수개월 전 북구의 한 공무원은 고양이 급식에 대한 협조 안내문 게시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대공원 한 직원은 “수년 전 한두마리였던 고양이가 현재 남문에만 십여마리가 산다. 공원 전체에 몇 마리가 사는지 현재로선 파악이 불가능한 수준이다”며 “캣맘들이 먹이를 주면서 중성화 수술을 한다고 하지만 포획틀에 잡히는 건 어린 개체들이고, 중성화 수술하는 것보다 번식이 더 빠른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조류 전문가인 에코센터 이원호 박사는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 또한 고려돼야 한다. 중성화가 만능이 아니다”며 “먹이 조절을 통해 고양이 서식지를 옮기거나 자연도태를 선택해야 한다. 아니면 울타리를 통해 물리적으로 구역을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