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의 경제옹알이(23)]창업교육을 했더니 학생이 공무원이 되었다

2022-12-02     경상일보

필자가 속한 공동연구팀은 얼마 전 한 공기업에서 10억원의 연구비를 확보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기업체 대표께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며 도움을 요청하셨다. 경제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현황을 보며, 취직을 하지 못한 졸업생 중 추천할 만한 학생들을 찾아보았다. 몇 명의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모두 나와 창업교육을 위한 푸드트럭을 운영했던 학생들이었다. 취업여부가 미상으로 기록돼 있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래도 연락을 해 보았다. 공기업에서 10억원의 연구비도 확보했고, 장래성이 있는 사업분야였기에 주저하는 마음을 겨우 이겨낼 수 있었다.

졸업생들은 금요일 오후여서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졸업하기 전에는 교수의 부재중 전화가 남아 있으면 다시 연락이 오기도 했는데, 오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그런데 토요일 저녁, 졸업한 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요즘 잘 지내냐는 내 질문에 졸업한 학생은 대답했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같이 푸드트럭을 했던 학생은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주었다.

푸드트럭 운영으로 시작했던 창업교육은 나름 성과가 많았다. 공기업에서 이번에 확보한 10억원의 연구비도 그 시작을 찾아보면 학생들의 실질적 창업교육을 위해 했던 푸드트럭 운영과 관련이 있었다. 푸드트럭을 학생들과 운영하며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은 모두 경험이 되었다. 예산 확보를 위해 사업계획서를 써야했고, 그렇게 새로운 시도가 핵심인 사업에 대한 기획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과 한 푸드트럭 창업 경험은 경제학 교수라는 내 직업과 맞물려 창업분야에서 나를 특화시킬 수 있게 해 주었다.

기술과 관련된 창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기술과 디자인, 에너지를 결합시키는 기획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번 공기업 연구과제가 되었다. 이번의 연구과제 이전에도, 공동 연구진들과 5억원의 연구비를 기획해서 확보했고, 다른 대학의 공동 연구팀과 50억원의 연구비를 확보하는 데도, 기획단계에서부터 핵심적 역할을 했으니 굵직한 성과가 꽤 많은 편이다. 물론 선정되지 않은 제안서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성과는 꾸준히 나왔다. 초창기에 일한 학생 중 한 명은 지역의 창업지원센터에 푸드트럭 창업과 운영을 했던 경험을 강조하며 취업을 했다.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우승을 해 200만원의 상금을 받아오기도 하고, 6500만원 상당의 정부 창업지원금을 스스로 확보한 학생도 있었다. 일 잘 하는 학생을 소개시켜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 같이 푸드트럭을 운영했던 학생 중, 열심히 하는 학생을 소개시켜 주었고, 취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학생은 승진도 했고, 좋은 평가를 여전히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많이 사라져버린 상황에서는 확보한 정부의 일자리사업 예산으로 창업교육을 하며 10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푸드트럭 운영을 통한 창업교육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교육방식이나 내가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방식과 잘 맞지 않는 학생도 많았다. 그렇게 창업교육에 시간을 쓰고 떠나간 학생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내가 괜히 창업교육을 해서 학생들의 시간을 빼앗고, 취업이 좀 더 맞는 학생들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항상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운영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일자리 사업 예산이 끊기자 푸드트럭 운영을 중지하게 되었다.

당시는 코로나19 초창기였고,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지자 자발적으로 하겠다는 학생들 위주로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푸드트럭에서 일하는 학생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겨우겨우 설득해서 일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초창기에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일하겠다는 학생들을 최대한 고용하다보니 10명이 넘는 학생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게 되었고, 그 학생들은 푸드트럭을 통한 창업교육과 푸드트럭 운영에 상대적으로 불만이 적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생들을 겨우겨우 설득해서 운영에 참여시켰는데, 그 학생들이 떠나가게 되면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중 일했던 학생들은 잘 떠나가지 않았고, 그래서 덜 미안한 상황에서 푸드트럭과 창업교육을 정리할 수 있었다. 기술 창업 활성화와 관련된 문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학생들을 창업교육에 진지하게 끌어들이는 것은 나에게도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다. 부담이 적을 때 정리하는 것은 쉽고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코로나19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후 연구비 기획에서는 50억, 5억, 10억과 같이 큰 단위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푸드트럭 운영을 통한 창업교육을 시작하기 전에는 생각도 해 보지 못한 금액들이었다. 내 생각과 기획안이 주가 되어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것에, 큰 금액에 예전 같으면 부담을 느꼈을 법도 한데, 푸드트럭 사업계획서와 운영경험은 부담감을 떨쳐내고 계속 일을 추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떤 사업에서는 내 역할이 더 컸고, 어떤 사업에서는 적기도 했지만, 모든 사업에서 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비교적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연구년으로 해외에 나갔다 왔고, 학생들에 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있었다. 연락을 해도 될까 하는 마음을 겨우 이겨내고 연락을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함께 고생했던 학생들이 공무원이 되었다고, 공기업에 취직했다고. 푸드트럭을 운영하면서 고생은 했는데, 일자리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전에 떠나가 미안함이 컸던 학생들이었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같이 힘들어 했고, 일을 하나둘 처리해 내며 같이 웃었고, 그렇게 친해졌고, 또 떠나가며 서로 연락하기 어색한 사이기 되었던 학생 두 명이었다.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졸업한 학생은 공무원 면접을 볼 때, 푸드트럭을 창업하고 운영하는 일을 했다는 말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실질적인 창업교육을 해 보겠다며, 학생들과 푸드트럭으로 창업하고 운영하며 느꼈던 점이 많았다. 그 중 하나는 취업률이라는 행정적으로 중요한 지표에 신경쓰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좋은 대학교육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취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와 함께 푸드트럭을 하며 고생했던 학생들이, 어쩌면 강제로 창업교육을 받았던 학생들이 꽤 빠르게 공무원이 되고,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오히려 정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창업교육을 받다 떠나간 학생들에게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크다. 이 지면을 빌어 열심히 노력했지만, 방향이 잘 맞지 않아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