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기과열 여당 전대…당략보다 국가미래 우선해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과열양상이다.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당권도전의 뜻을 내비친 주자는 권성동,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울산 남구을 출신으로 4선의 중진인 김기현 의원이 일찌감치 당권도전을 공식화했기 때문에 울산 지역사회의 관심도 비상하다. 김 의원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국회 앞에 선거캠프를 차리고 본격적인 예비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 의원이 여당의 당대표가 되면 울산정치사의 새로운 역사가 된다.
그러나 일반국민들의 입장에서 이같은 조기과열이 달갑지 않다. 아직은 비대위가 전대 일정조차 잡지 않은 상황인데 ‘한동훈 차출설’에, ‘수도권 대처론’에, ‘MZ세대 인기론’까지 거론하면서 당권경쟁에 몰입하고 있는 여당이 한심하기까지 하다. 고유가·고금리의 어려운 경제상황에다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누가 당권을 잡을 것인가에만 혈안이 돼 있는 여당지도부가 마뜩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윤대통령의 의중(尹心)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에 7일 국회에서 친윤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당내 최대 공부모임 ‘국민공감’ 출범식이 열리면서 당권주자들의 탐색전이 극에 달했다. 국민공감에는 국민의힘 의원 115명 가운데 71명이 출석해 의원총회장을 방불케 했고, 이 모임에 참석한 김기현·안철수·권성동 의원은 자신이 당대표로 적임자라고 강조하면서 세결집에 나서기도 했다. 공부 모임이라는 말이 무색한 출범식이었다.
더 큰 문제는 전당대회를 앞둔 당지도부의 인식이다. 당지도부 입에서 스스럼없이 나온 ‘한동훈 차출설’이나 ‘수도권 대처론’‘MZ세대 인기론’ 중 어느 하나도 국민이나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단어는 없다. 오로지 내후년 4월 총선 승리만을 염두에 둔 당리당략일 뿐이다. 취임한지 반년도 안됐고, 정치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현직 법무부 장관을 당대표 후보로 출마시키겠다는 발상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우리 정치 현실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장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생각밖에 없다”고 일축한 것은 다행스럽다. 윤대통령도 한동훈 차출론과 관련해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한동훈 차출을 재론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국가의 핵심의제로 삼아야 할 지도부가 ‘수도권 대처’를 대놓고 거론한 행태나 선거 때만 되는 MZ세대를 끌어들이려는 요령을 부리는 행태도 우려스럽다. 특정지역이나 계층에 기대는 얄팍한 술수로 여당의 대표를 뽑으려면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