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중공업 임단협 부결, 파업으로 이어져서는 안돼

2022-12-09     경상일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8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에 들어갔으나 부결됐다. 연내 타결은 불투명하게 됐으며 오히려 파업의 회오리로 휘말려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내 경제가 암울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까지 파업으로 돌아설 경우 울산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들어가는 마당에 한쪽의 이익만 추구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양쪽 모두가 패자가 되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 왔다. 노사 양측은 한발씩 물러서 파업으로 치닫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대중 노사는 앞서 지난 5일 새벽까지의 끈질긴 협상 끝에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8만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지역·복지수당 2만원 인상, 격려금 350만원 지급, 주유 상품권 3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이와 함께 생산기술직 정년퇴직자 중 기간제 채용 인원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면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재도약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부결 쪽으로 기울었다.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수 6659명 중 6194명이 투표해(투표율 93.02%) 찬성 3093명(49.94%), 반대 3078명(49.69%), 무효 및 기권 23명(0.37%)로 찬성표가 15표 많았으나 과반을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로 인해 지역경제는 다시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됐다. 노조는 당초 교섭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자 지난 6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특히 올해부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노조가 공동 교섭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란히 단체교섭에서 난항을 겪자 동시 파업까지 계획한 바 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노사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여서 잘못하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가 동시 파업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상반기에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고도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또 인력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울산시민들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하루 속히 새로운 협상안을 마련해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