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변(變)하는 방법
태화강이 연어의 고향이다. 광역시에 근무할 때 수산과장으로부터 인상 깊게 들은 얘기다. 연어과 어류가 강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바다로 나가는 것을 강해(降海)라고 한다. 이때 그냥 강해하는 것이 아니라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머물며 해수 환경에 대한 적응을 준비하는 기간이 있다. 이 시기가 몸에 은색이 짙어지는 은화(smoltification)라는 변화 적응 과정이다. 생후 2년 가까이 되면서 맞는 변화이고, 그래서 두 살짜리 연어를 스몰트(smolt)라고 한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이 명제도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면 또한 설 곳이 없다. 변화가 세상의 본 모습이다. 그러므로 변해야 산다. 예전에 사람이 변하면 곧 죽는다는 말이 있었다. 이는 갑자기 변하거나 평소 안 하던 짓을 할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혁신의 본질이 변화다. 개인도 조직도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이 삶의 기본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Python)에 대한 공부 붐이 일고 있다. 종래의 언어에 비해 접근이 쉽고 오픈(open:무료) 소프트웨어라서 더 인기가 있다. 그 핵심 라이브러리(library) 넘파이(Numpy)와 판다스(Pandas) 등을 익힌다고 한창이다. 갈수록 데이터(data)가 중요해지고 데이터를 가진 자가 살아남는다고 한다. 빅데이터 처리에 엑셀로는 한계가 있고 판다스가 주효하다. 예컨대 데이터 처리역량이 엑셀은 한 번에 약 8만 건이 한계이지만 판다스는 100만 개도 즉시 처리한다. 앞으로 직장인은 파이썬을 모르면 굶어 죽는다는 말도 있다. 일상에서도 가상과 현실의 융합 플랫폼 메타버스(metaverse)가 일반화될 거라고 한다. 수긍하기 어렵지만 어떤 전문가는 5년 쯤 후에 핸드폰이 사라진다고 장담한다.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장치(wearable device)로 변한다는 것이다.
주역의 원제는 ‘역(易)’이다.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에 대한 깊은 가르침 즉 역경(易經)이다. 그 영문표기도 ‘변화의 책’(Book of Changes)이다. 린(Richard J. Lynn)이란 사람은 주역을 ‘변화의 고전’(The Classic of Change)으로 영역했다. 주역의 64괘(卦)는 각자가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패턴이라고 한다. 세계·우주의 변화 운동에 관한 오래 축적된 지혜의 집대성이다. 자연·사회·생명체·세포·미립자 등 모든 것이 변화한다. 변화는 생명의 본질이다.
소현세자가 청나라에서 배운 변화 구상이 간특한 기득권 세력에 의해 봉쇄된 회한의 조선역사가 우리에게 있다. 18세기경 청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의 30퍼센트였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도 실은 청나라를 배경으로 써진 것이라고 한다. 19세기 후반 일본에서는 사카모토 료마(板本龍馬)가 메이지유신을 싹 틔울 때 우리는 대원군이 쇄국에 몰두해 변화를 거부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나라가 망했다.
그런데 개체나 조직에 있어 변화가 필수라면 저항도 필연이다. 젤리슨(J.M. Jellison) 교수는 저서 <변화경영(Managing the Dynamics of Change)>에서 조직의 변화관리 과정에 기본적으로 리더와 구성원 간에는 시각차가 존재한다고 했다. 리더는 높은 봉우리를 보지만 직원들은 낭떠러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와 같은 인간적·감정적 측면을 중시했다. 또한 변화는 속도 조절이 중요하고 충분한 시간도 주어야하며, 설령 순조로울 때조차도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일 변화를 준비하자. 옛 은나라를 세운 탕왕(湯王)이 추구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것도 매일의 변화 지향이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 완벽한 변화, 자율성을 결한 변화는 실패한다. 조광조의 개혁이 좌절된 것도 이런 연유다. 변화의 정도는 시간적으로나 양적으로나 70퍼센트쯤이면 훌륭하다. 능동적·자율적 변화 즉 자율성에 기초한 변화가 핵심이다. 그리고 개인이든 조직이든 변화에는 항상 연어의 은화 과정처럼 경과적 타협이나 조정과정이란 지혜가 필요하다.
전충렬 전 울산부시장·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