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곰 탈출 인명사고…사전에 막을 수 없었나
지난 8일 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곰 사육농장에서 사육 곰 3마리가 탈출하고, 곰의 공격으로 농장주인 60대 부부가 숨지는 참혹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무허가 시설인 해당 농장은 지난해 곰 탈출 사고로 벌금형까지 선고받았음에도 곰을 계속 사육했고, 관계 기관도 뾰족한 대책을 못 찾고 이를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곰 사육 농가가 관리 사각지대에 오랜 시간 노출됐는데도 환경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해당 농가는 지난 2018년 경기도 용인과 여주의 농가로부터 불법 증식한 반달가슴곰 4마리를 받아 키워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1마리는 두달전 병사했고, 이번에 탈출한 3마리는 사살됐다.
반달가슴곰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국제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있다. 국제 멸종위기종을 수출·수입, 양도·양수, 증식할 때는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국제 멸종 위기종을 사육하려는 농가는 적정한 사육시설을 갖추고 환경부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국제 멸종 위기종의 임대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당시 한강유역환경청은 용인 농가가 울산 농가에 반달가슴곰을 불법 양도·양수한 것으로 보고 2019년 7월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용인 농장주는 양도·양수한 것이 아니라 임대한 것이라며 과태료 처분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고 수원지법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5월 곰 탈출 사고 이후 지금까지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낙동강청은 “해당 농장에 총 여섯 번 점검을 나갔고, 네 번의 조사에서 곰 학대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은 농장이 점검을 거부했다. 이어 낙동강청은 “울산 농가가 용인 농가로부터 불법 양수·양도를 받은 게 법원에서 확인돼야만 몰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낙동강청은 해당 농가를 지난 2020년 9월 국제적 멸종 위기종 사육시설 미등록으로 고발해 벌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환경부가 사육 곰에 대한 몰수 및 보호 조치를 해도 현재 국내에는 곰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이 전무하다. 환경부는 지난 1월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서’를 발표하며 2026년부터 곰 사육을 금지하기로 하고 2024년까지 전남 구례에 사육 곰 보호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뒤인 지난 9일 전국 곰 사육 농가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했으나 ‘늦장 대응’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환경부에서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곰 사육 농가는 22곳에 사육 곰 319마리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관계자는 “작년에 탈출했을 때 관계 기관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늑장을 부리다가 이제 와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곰 사육 농가의 개체들은 재수출용인데 불법 증식 파악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발의된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지난달 22일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11일 오후 5시 기준 1만1502명, 23% 동의율을 보이고 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