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교육청 예산삭감, 전·현직 시의원 정쟁거리 아니다
울산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이 크게 삭감된 것을 두고 전·현직 시의원이 맞대응 기자회견을 여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 시의회 교육위원들은 이선호 민주당 울산시당위원장과 함께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울산시교육청 예산 286억원을 삭감한 울산시의회를 규탄한다”면서 “이 예산 중에는 통일, 노동인권, 성교육, 기후위기 대응 및 생태환경 교육 예산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김기환 울산시의장 등 국민의힘 소속 현 시의원들은 이날 오후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한 정황은 파악하지 않고 정치적 편향성을 운운하며 교육정책을 정쟁으로 만들고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울산시의회는 지난 13일 울산시 당초예산안 4조6059억원과 울산시교육청 예산안 2조3945억원을 의결했다. 울산시 예산은 156억여원, 교육청 예산은 289억여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금액만 놓고 보면 교육청 예산이 시예산보다 2배가 넘는데다 시의원 22명 중 21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므로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있던 교육청 예산을 지나치게 삭감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삭감금액이 그만큼 커진 이유가 단지 정치적 성향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삭감된 교육청 예산 286억원 중 200억원은 교육연수원 설립을 위한 제주도의 호텔 매입 예산이고 35억원은 울산 외곽 동해분교의 독서체험관 설립 예산이다. 정치성향과는 무관한 할 뿐 아니라 사업취지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교육위원들의 판단을 존중할 수 있는 예산편성이다. 나머지 32억원의 삭감예산에 꼭 필요한 진보성향의 정책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전직시의원들이 나서 현직 시의회 결정을 나무랄 일은 분명 아니다. 게다가 선거라는 제도에 따라 국민들의 의사를 물어서 당선된 명실상부 대의기구인 현 시의회가 그들의 고유역할인 예산심의권을 두고 전직 의원들과 맞대응을 벌이는 것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교육감은 정당 공천을 받은 직책이 아니다. 이는 미래 세대의 교육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주를 이루는 전직 시의원들과 국민의힘이 중심인 현직 시의원들이 교육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 또다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노옥희 전 교육감의 갑작스런 타개로 교육행정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가 아닌가. 겨우 안정기로 접어들었던 교육행정이 다시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