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52)]죽는다는 사실보다 의미

2022-12-16     경상일보

누군가 나에게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사마천의 <사기>라고 답할 것이다. 만리장성이나 자금성도 대단한 문화유산이지만, <사기> 만큼은 아니다. 사마천의 <사기>가 없었다면 전 세계에 퍼져 사는 중국인들은 그들이 황제 헌원씨의 후손으로서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사마천이 기원전 3천 년의 중화 문명의 역사를 서술하지 않았다면 5천 년의 중국 역사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사마천의 업적이 대단하며, 그 어느 것보다도 <사기>의 가치가 위대한 것이다.

사마천이 흉노족과의 전쟁에서 패하자 투항하여 포로가 된 이릉(李陵)을 변호하다가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궁형을 당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실 사마천이 조정에 보석금을 내었다면 극형을 면할 수 있었으나 가난하여 보석금을 내지 못하였기에 결국 형을 당했다. 궁형을 받은 후 환관의 신분으로 한 무제의 시중을 들었던 사마천이 감내했을 치욕과 고통의 깊이를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사기>라는 위대한 저작을 남긴 그의 의지력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사마천은 ‘사람은 누구든 한 번은 죽지만(人固有一死),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或 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깃털보다 가볍다(或輕於鴻毛)’라고 했다. 사마천에게 있어 죽음은 죽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는 의미이다.

얼마 전 울산의 현직 교육감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분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하겠지만, 그분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분의 죽음을 접하면서 든 생각은 지금 내가 죽는다면 나의 죽음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였다. 과연 나의 죽음은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일까, 아니면 깃털보다 가벼운 죽음일까. 죽음이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죽었다는 사실에 그친다면 얼마나 슬플까. 지금이라도 의미 있는 죽음, 태산처럼 무거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

문학박사·울산남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