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가상승률 5% 지속…섣부른 물가안정 기대는 금물
한국은행이 올해 11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평균 5.1%를 기록해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행은 앞으로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경기가 꺾이면서 물가오름세는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외 변수가 너무 많아 내년 상황을 예측하기에는 다소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여부, 유가 및 환율 흐름, 국내외 경기침체 등은 여전히 복병으로 남아 있어 물가관리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보다 평균 5.1% 올라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4.7%보다 높았고, 7.5%를 기록한 1998년 이후에는 가장 높은 기록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인데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면서 수입물가는 오름폭이 축소됐지만, 가공식품과 외식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되면서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울산지역 소비자물가도 연초 3%대에서 가파르게 높아져 7월 6.1%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연초 2%대 중반에서 지난달 4%대로 오름세가 꾸준히 확대됐다. 근원물가가 올랐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부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올해 연간 근원물가상승률은 3.6%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경기둔화에 금리 인상, 전세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변수는 너무 많은 상태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다.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 부담이 공공요금에 점차 반영되면서 물가 상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가 줄어 한 번 오른 서비스물가는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문제는 내년에도 전기 가스요금, 난방비, 택시요금 등 관리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품목의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금리인상으로 간신히 잡은 소비자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소비자물가에서 관리물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보다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최근의 물가 하향안정세에 방심하지 말고 정밀하면서도 전략적인 물가관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