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술에 운명을 맡기겠습니까

2022-12-22     경상일보

필자는 술을 좋아, 아니 사랑한다. 어제도 만취했다. 내가 술을 마신 건지, 술이 나를 마신 건지 모르겠다.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연말이라 술자리가 끊임이 없다.

필자의 의뢰인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 파출소에 들어가 이유 없이 기물을 파손하고 경찰관을 때려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구속된 사람, 당일에 만난 여성과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였으나 준강간으로 고소되어 실형 위기에 있는 사람, 귀가하던 중 인근 집 창문 안으로 손을 넣어 여성 속옷을 훔치려다가 현장에서 체포된 사람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만취해 소위 블랙아웃 상태에 처해 있어서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자신의 운명이 타인의 진술 등에 맡겨진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결같이 너무 답답해 한다.

살인, 폭행, 성범죄, 가정폭력 등 사람을 객체로 하는 범죄의 원인들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술이다. 술에 취한 나머지 충동적인 감정이 유발되어 맨정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공격적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범죄자로 둔갑한다. 너무 만취해 블랙아웃이 되었을 경우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 전혀 모른다. 이를 이용한 악의적인 무고자의 고소로 형사 사건으로 입건되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에는 억울함을 소명하고 싶어도 기억이 없는 나머지 변명거리조차 찾지 못해 너무 답답해 한다. 결국에는 악의적인 무고자의 진술에 의해 유죄 판결 선고받아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노곤함을 달래주는 것도 술이지만 이렇게 무서운 상황을 초래하는 것도 술이다.

술에 취한 것을 심신미약으로 보아 무조건적으로 형벌 감경 사유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오히려 가중처벌 사유로 참작하기도 한다. 재판을 받는 사람들 대다수는 평소에는 술에 취하더라도 주사가 없고 곱게 귀가했지만, 하필 그날만 실수를 한 바람에 법정에 서게 된 것에 대해 많이 억울해한다. 필자의 의뢰인들 대부분도 필자가 볼 때 맨정신에서는 평소에 범죄를 저지를 만한 사람들이 전혀 아니다. 의뢰인들은 그날만 술에 너무 취한 나머지 실수를 한 것이니 딱 한번만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조두순 사건’에서도 조두순은 법정에서 ‘술을 마시고 다녔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술에서 깨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런데 대부분 판사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만취상태를 자초한 사람을 봐줄만 한 이유를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다만 간혹 어떤 판사들은 주취 상태를 감경사유로 보아 감형해 주었다가 언론의 몰매를 맞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의뢰인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우리 사회는 술에 꽤 관대한 편이다. 술만 안 마시면 괜찮은 사람이라면서 술을 마셨을 때와 마시지 않았을 때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고, 술 먹고 그럴수도 있지라며 적당히 넘어가려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의식은 오히려 주취 범죄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범죄를 발생시킨다.

주취 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을 사회적으로 더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주취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는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을 지워 음주 후 행동에 경계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법 개정을 통하여 음주가 음주로 끝나지 않고 선량한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들에게는 해외처럼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제 만취하고도 별일 없이 귀가해서 다행이다. 큰일 날 뻔 했다. 본인도 제어하지 못할 우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음주를 하더라도 평소 주량에 맞게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술자리가 잦은 연말이다. 술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때다.

변준석 법무법인PK 변호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