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관광정책 졸속 행정 반복 안된다

2022-12-23     경상일보

관광산업은 흔히 ‘굴뚝 없는 공장’ ‘보이지 않는 무역’으로 불릴만큼 무공해 산업이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특성이 있다. 관광은 다른 분야와 연결되면서 다양한 산업을 발전시킨다. 관광객 증가는 식당과 숙박업소 및 교통 등을 성장시키고, 백화점과 면세점 등 쇼핑 분야에서 매출을 발생시킨다. 여기에 고용창출은 당연하게 따라 붙는다.

울산 동구도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2014년 무렵부터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관광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자 특정산업이 지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형적 산업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노력 끝에 동구가 관광지로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로 울산 최초의 출렁다리인 대왕암공원 출렁다리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난해 7월 개통한 후 같은 해 12월 방문객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10월에는 방문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인기 요인으로는 중간 지지대 없이 바다 위에 조성돼 발밑으로는 물결이 그대로 보이고, 일산해수욕장과 조선소, 먼바다까지 탁 트인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 같은 인기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입장객 통계자료에 따르면 울산 주요 관광지점 중 대왕암공원이 처음으로 누적 입장객 수 1위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대왕암공원에는 70만명이 방문했는데, 매년 울산 관광명소 1위에 이름을 올렸던 태화강국가정원(40만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출렁다리 효과로 동구는 활기를 띠고 있다. 출렁다리 방문객 70%는 외지인이 차지하고 있어 인근 상가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입장객 10만명 이상을 기록한 울산 주요 관광지에 동구 슬도(14만명), 동구 옥류천이야기길(10만명)이 이름을 올리는 등 동구의 다른 관광지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거뒀다.

하지만 동구 관광은 오점도 남겼다. 수십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관광시설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예산낭비 사례로 전락했다.

먼저 2020년 바다자원을 체험 관광화해 관광객 유입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며 조성한 ‘슬도피아’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운영 17일만에 문을 닫았다. 이 사업의 예산은 10억원이었는데, 운영 중단 후 철거된 바지선 체험시설물은 2년째 다른 사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성 당시 인근 어촌계와 해녀 등이 생태계 파괴, 생업 문제로 반대했던 사업이라 재개장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2019년 30억원을 들여 동구의 주요 관광지에 조성한 AR·VR 체험시설도 마찬가지다. 대왕암공원·슬도·일산해수욕장·울산대교 등에 ‘흩어진 만파식적을 찾아서’라는 테마로 설치된 실외형 AR 체험부스 4대는 잦은 고장과 저조한 이용률 등으로 운영 올해 5월 철거됐다. 울산대교전망대 VR 콘텐츠 체험존, 대왕암공원 AR 사업, 소리체험관에 설치된 VR·AR존 등도 운영이 중단되거나 이용률이 저조해 관광 활성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들이 실패한 이유는 철저한 계획 없이 졸속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슬도피아는 울산시의 종합감사에서 용역·사업비 과다집행, 시공 완료 후 설계변경, 각종 보험료 미정산 등이 드러났다. AR·VR 체험시설 사업도 제대로 된 계약서 없이 협약서로 사업이 추진됐고, 조성계획, 정산서, 실적보고서 등이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동구의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동구는 새롭게 발견된 관광지다. 대왕암공원 출렁다리가 불씨가 되어 관광도시로 가는 아주 작은 기회를 잡았다. 동구가 진정한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홍보에 열을 올리던 관광시설이 불과 몇 년만에 사라진다면 관광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졸속 행정이 반복되는 일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박은심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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