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수주증가 효과 멀었는데 업체당 최대 7억 ‘날벼락’

2022-12-26     오상민 기자

울산 동구 고용위기지역 지정이 올해로 종료된다. 최초 지정 이후 5년 만이다. 그동안 4대 보험 납부유예 혜택을 받던 조선 협력업체들은 내년부터 업체별로 최대 7억원까지 납부해야 돼 비용 부담이 커졌다. 노동계는 현대중공업의 수주 증가가 실적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협력업체를 위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달라진 것 없는 동구

동구는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지난 2018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지정 연장이 이어진 끝에 지역 고용보험 피보험자수가 작년 4만6609명에서 올해 4만6783명으로 0.3%가 증가해 고용위기지역 연장 조건인 피보험자수 5% 감소에 해당하지 못해 탈락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수주가 증가하면서 재도약의 기대감이 일고 있지만 실제 실적이 반영되는데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협력업체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청년층은 조선업을 외면하고 기술자들은 여건이 좋은 타지역으로 일감을 찾아 떠난 뒤 돌아오지 않는 등 조선업 기피 현상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은 지난 2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울산에 직접 내려와서 협력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애로사항 등에 대해 이야기 하자”며 “조선업 협력사들의 사정을 들어보고 연체금 면제 등을 이전 기간과 연계해서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4대보험 납부유예 독으로

고용위기지역 지정으로 동구는 4대 보험에 대한 납부유예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산재·고용보험의 경우는 연체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유예금에 대한 고율의 연체금이 부과되는 체계여서 조선업 협력사들에게 이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전산상으로 ‘체납연체’ 기업으로 지정돼 고용위기지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정부 지원사업인 청년고용지원금, 신중년 적합 직무고용장려금, 고용유지지원금, 고용안정장려금 등의 대상에서 배제됐다.

또 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보증 불가 판정을 받아 금융거래 제한도 받았다. 체납연체로 인한 불이익으로 1명당 최대 3000만원까지의 금액을 지원받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로 지정이 종료되며 60여개의 조선 협력업체가 당장 내년에 납부해야 할 4대 보험 중 산재·고용보험 미납금만 27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장에 탈락하며 눈덩이처럼 불어버린 유예금은 고스란히 협력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일종의 ‘스노우볼’로 구르게 된 것이다.

협력업체들은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미납액의 20%를 납부하는 것으로 고용부와 합의했지만 현실적으로 납부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A 업체 대표는 “당장 내년까지 20%의 금액을 납부하면 회사 자금 유동성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용부는 내년초 자진납부기간을 운영한다. 현재 업체들을 대상으로 성실 납부 서약서를 작성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고용·산재보험료에 대해 연체금을 면제하고 체납처분을 유예할 계획인데, 다음주 중으로 고용부는 면제 및 유예의 금액과 기간 등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구인난 지원 세부사항 미정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 내년 조선업 구인난 지원사업 내용을 밝혔다.

조선업 특화 인프라 확충 등 고용서비스 강화, 조선업 현장실무 인력양성을 위한 직업훈련 강화, 총 200억원 규모의 조선업 구인난 특화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원 지역, 범위, 규모 등의 세부적인 사항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고용위기지역 연장에 실패한 6개 지자체에 세부 지원사업 내용을 전달하지 않아 지자체들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동구 역시 당장 내년부터 중공업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사업을 구상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으로는 고용부의 공모사업 지원을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과 작년에도 지원했던 조선업 이주정착비·훈련장려금 지급을 유지한 상태다.

동구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는 2023년 조선업 구인난 지원사업의 세부 지침들이 전달되면 지원 금액 등을 내년 추경에 포함하거나 추가적인 지원 정책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