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실버세대와 키오스크 문화

2022-12-27     경상일보

키오스크는 외식문화 이용의 전반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노인들에게 키오스크는 기존에 은행이나 기관 등에서 전화를 통해 소통하던 상담사 연결 시스템이 자동응답으로 대체되고, 은행의 오프라인 지점이 점차 사라져 인터넷 뱅킹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또 다른 변화의 불편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 TV광고에서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고 있는 노인을 뒤에서 기다리던 젊은이가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주던 공익광고를 보면서 예전에 한 원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컴퓨터 사용에도 불편함이 없고 학식이 풍부하신 분인데도 살아갈수록 새롭게 익혀야 하는 시스템이 너무 많아 걱정이라고 하셨다.

요즘 패스트푸드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점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빠르고 정확한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를 활용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단순한 자동 주문시스템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에게는 새로운 이용방법을 익혀야 하는 불편한 절차가 또 하나 생겨났다고 느끼게 된다.

학생들과 키오스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자신들도 처음 접하는 매장의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할 때 가끔은 이용방법을 파악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어 노인의 입장에서는 오죽할까 생각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경험에서 노인들의 고충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기특하였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신체 기능도 같이 저하되는 것이다.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게는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여 이용하는 서비스 시스템이나 자동응답시스템 활용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생활 속 시스템에서 처음부터 노인을 고려하여 만든 시스템은 노인에게 특화된 제품 외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서 조용히 사용해도 조심스럽고 걱정인데 자신의 뒤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고, 재촉하는 분위기를 느낀다면 더 당황하게 되지 않을까. 매뉴얼을 잘못 터치해서 원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도 있고, 매뉴얼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에러가 날 경우는 뒷사람들에게 눈치가 보여 주문을 포기하고 나올 때도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키오스크만 운영하는 가게는 아예 가지 않는다는 경우도 있다.

최근 여러 노인복지관에서는 노인들에게 키오스크 사용법에 대해 특강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키오스크 사용은 점점 필수 요소로 자리하고 있고 젊은이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면 쉬지 않고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노인 친화 프로그램, 고령사회에 대비한 여러 화려한 사업들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사회구조는 더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 중 노인들의 입장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고민해보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인들에게 새로운 시스템의 활용은 주변에 젊은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지 않거나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면 불편한 요건이 되고 결국 시스템 이용에 대한 포기가 되면 그들의 권리를 찾지 못하게 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시스템화, 경제적 효율성 속에서도 노인들이 그들의 권리나 궁금증을 당당히 해결할 수 있는 구조도 같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사회에 대비한 많은 시도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얼마 전 동아리 학생들과 노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말했다. 우리가 ‘굳이’라고 말하고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것에서 노인들을 위한 배려, 노인 친화적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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