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기후변화란 수십년 또는 그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기후의 평균 상태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동이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전 지구의 자연적인 내부 과정이나 외부의 강제력에 의해서, 또는 대기의 조성이나 토지 이용도에 있어서 인위적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온실기체에 의해 벌어지는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제 1조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전 지구 대기의 조성을 변화시키는 인간의 활동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원인이 되어 일어나고, 충분한 기간 동안 관측된 자연적인 기후변동성에 추가하여 일어나는 기후의 변화’라고 정의한다. 대기조성을 변화시키는 인간활동에 의해 야기되는 ‘기후변화’와 자연적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기후변동성’을 구분하고 있다.
자연적 원인에 의해 야기되는 ‘기후변동성’은 차치하고 인간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기후변화’는 산업현장이나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탄소 온실가스가 주요 원인으로 밝혀져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정부 간 협약체인 IPCC 제5차 평가보고서(2014)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1년까지 40여년 간 배출한 누적 온실가스가 1970년 이전 220년 동안의 누적 배출량과 비슷하다. 우리 세대가 배출한 온실가스가 미래세대에 건강한 생태계를 물려주어야 할 자연유산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은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남은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Zero)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넷-제로(Net-Zero)’, ‘탄소 제로(carbon zero)’라고도 한다. 방법은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산림 등으로 흡수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저장 또는 물리·화학적 기술을 활용하여 제거하는 것이다. 탄소중립의 실현은 IPCC 특별보고서가 제안한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 1.5℃ 제한’ 목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1.5℃ 온난화’의 영향은 지구의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거주지역 대부분에서 극한 고온과 일부지역의 호우와 폭설, 가뭄의 발생이다. 해양온도 상승으로 인한 남·북극의 빙하 소멸과 해양생태계 파괴로 인한 연안자원과 어업피해도 예상된다. 오늘날 인간은 비약적인 기술발전의 혜택을 누려오면서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의 흐름(지구의 자연 치유능력)에 역행하여 기후위기를 불러왔다.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를 감축하여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응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목표이자 의지를 담은 개념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자구책으로 등장한 것이 탄소배출권(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 공인인증감축량)이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통해서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인 것을 유엔 담당기구에서 확인해주는 제도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나라나 기업들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이용하여 배출권에 여유가 있거나 숲을 조성한 사업체들로부터 돈(EU 탄소배출권시장 1톤당 약12만원, 시세에 따라 변동)을 주고 그 권리를 사야만 한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24.4%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동참하고 있다. 기존의 석유, 석탄, 가스 등의 화석연료 발전에서 탈피하여 태양광, 풍력, 파력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와 수소그린에너지, 그리고 탄소배출이 제로인 원자력발전을 활용하여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포스코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현대차그룹은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잡고 있으며, SK그룹과 LG그룹도 계열사별로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특히,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미래세대의 주역들을 위해 초·중·고 모든 교과에 ‘탄소중립 실천방안’을 배울 수 있게 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교육을 실시할 중점학교와 시범학교를 확대할 방안을 발표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와 기업, 그리고 학교 교육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물과 전기 절약하기, 가까운 거리 걷기, 자전거와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을 실천하는 것이 탄소중립을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길(road map)’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