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 할매들의 추억과 삶, 화폭에 담아내
2022-12-30 서정혜 기자
장생포 문화마당 새미골은 장생포고래로131 갤러리에서 내년 1월29일까지 올해 진행한 장생포 어르신들의 미술교육 결과물을 전시하는 ‘까막눈 할매 화가 되다’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장생포에서 청춘과 중년 시절을 보낸 9명의 ‘할매’들이 참여한다. 김송옥, 김송학, 김순남, 김추자, 김춘자, 김향순, 도순생, 양순애, 서태선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할머니들은 지난 2019년부터 장생포 새미골에서 문해교육과 예술교육 등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처음에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는 속담처럼 자기 이름도 쓸 줄 몰라 관공서나 은행 업무를 볼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수년간 작가들과 함께 글을 익히고 작품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직접 글을 쓰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을 그려 전시를 열게 됐다.
이번 전시는 ‘장생포 할매들의 화가 데뷔기’다.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작품활동을 이어오면서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직접 글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는 등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할머니들이 장생포에서 보낸 인생의 초년·중년·말년을 ‘인생 세 컷’ 콘셉트로 그린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할머니들은 준비단계로 그린 밑그림(에스키스) 작품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고, 작품은 달력으로도 만들어져 전시장에서 함께 소개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번 작품들로 공모전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새미골은 이에 앞서 할머니들과 놀이처럼 예술 활동을 함께 해보자는 취지에서 직접 그린 그림으로 ‘화투’를 만들었고, 2020년에는 장생포 명소 곳곳을 직접 그려 만든 보드게임 ‘할매마블’을 선보이기도 했다.
장생포 할머니들의 미술교육 활동은 처음에는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옛 장생포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해를 거듭하면서 할머니들이 직접 쓴 글과 그림을 통해 각자의 인생이 담긴 개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장생포 문화마당 새미골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처음에는 글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 직접 쓰고 그리는 것을 어렵게 느꼈지만, 한글수업과 병행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즐거움도 느끼고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돼 활동 자체에 의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와 프로그램은 새미골의 어르신 미술교육 ‘실버아트테라피’와 한국문화원연합회 어르신문화프로그램 사회활동 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토·일요일 휴관. 문의 700·1310.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