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청년 유출 문제의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

2023-01-17     경상일보

울산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84개월째 인구가 순 유출되고 있는 ‘탈 울산 행렬’이 지속되고 있다. 대탈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청년 세대의 유출이 심각하다. 지난해에도 5800여명의 청년이 울산을 떠났다.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일자리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청년들이 이주하게 된 이유 중 1위가 일자리(42%), 2위가 교육·보육(14.7%)이였다. 또 청년들이 새로운 지역에 정착할 시 고려하는 첫 번째가 안정적 일자리(24%), 두 번째가 낮은 주거비(14.5%)였다. 지방 청년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35.1%)이었다.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도시라는 한계 속에서 청년들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의 조선업 인력난 부족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중교통 불편, 문화 인프라 부족 등 정주여건도 그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청년들이 외면하는 도시는 당장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 지난해 울산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소멸우려지역으로 분류된 동구라면 더욱 더 그렇다. 도시는 해가 갈수록 고령화되는 반면, 청년들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아기 울음 소리는 끊기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울산에서도 젊은 도시에 속했던 동구는 불과 20년 사이 늙은 도시로 바뀌었다. 노인 인구 비율이 2000년 2.74%에 불과했던 동구는 2021년 13.9%로, 무려 11.16%p나 급증했다. 특히 이 기간 동구의 총 인구 대비 노인인구 증가배율은 5.0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젊었던 도시가 급격하게 고령화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출산율까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울산의 지난해 출생률 감소폭(­11.7%)이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만 해도 한 해에 1만2000명 이상이 태어났는데 지난해에는 6000여명으로 정확히 1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말 그대로 적게 낳고,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보니 전체 인구는 매년 줄고 노인 인구만 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각 지자체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청년 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일회성 금전적 지원으로는 청년들을 유입시키거나 유출을 막을 수 없다.

지역의 변변치 않은 일자리, 열악한 정주여건은 악순환을 부추긴다. 인구 감소와 유출에 따른 고령화는 경제활동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세수 부족과 생활 인프라 확충 부족으로 연결된다. 이는 다시 복지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인구 감소의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동구에는 얼마 전 명덕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리얼 소통발전소’가 문을 열었다. 리얼 소통발전소는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청년센터, 근로자와 퇴직자를 위한 정보 제공과 교육 공간, 마을 내 커뮤니티 및 주민 역량강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울산지역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울주군과 중구에 이어 우리 동구에서도 청년센터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한정적인 예산으로 청년들의 구직활동 지원, 좋은 일자리 창출 등 맞춤형 정책 개발과 지원 등 적극적인 청년 정책을 펴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동구의 현재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은 만큼 이번에 개소하게 된 청년센터가 적극적으로 청년 문제를 대변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또 올해부터 울산시에서도 인구·청년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한다. 84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탈 울산 행렬을 막고,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울산이 살고 싶은 도시,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경옥 울산 동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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