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족으로 울산 국제학교 설립 백지화

2023-01-19     이춘봉
울산시가 국제도시화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국제학교 설립 작업을 백지화했다. 학교를 이용할 외국인 수요가 부족하고 인근에 위치한 기존 학교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기 때문인데, 시는 경제자유구역 확대 등으로 외국인 유입이 확대되지 않는 한 재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지난달 국제학교 설립 타당성 연구 용역을 완료한 뒤 국제학교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시는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한 투자 유치 활성화와 글로벌 산업도시 위상 확보, 수준 높은 교육 수요에 대응한 글로벌 인재 양성 등의 목적에서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나 용역을 통해 현재 시점에서 국제학교 설립은 시기 상조라는 현실을 확인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제학교를 이용할 외국인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울산의 등록외국인은 2015년 2만618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1년 1만6827명까지 줄어들었다. 조선업 침체 등으로 동구와 울주군의 등록외국인이 감소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국제학교의 주요 수요층인 F3 비자 소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F3 비자는 기업투자·무역경영·교수·연구 등을 목적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의 배우자와 20세 미만 자녀에 부여하는 비자다.

2021년 울산의 F3 비자 소지 외국인은 총 444명이었다. 동구 151명, 울주군 149명, 남구 125명, 중구 11명, 북구 8명 등의 순이었다. 이는 2014년 891명에 달했던 동구의 F3 비자 소지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국제학교가 없어 울산 국제학교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인근 포항과 경주를 포함하더라도 F3 비자 소유자는 고작 223명이 늘어날 뿐이었다.

시는 울산의 유일한 외국인 교육기관인 현대외국인학교가 학생이 부족해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시가 국제학교를 설립하더라도 수요가 부족해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010년 부산 기장군으로 신축 이전한 부산국제외국인학교가 있는 만큼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부산국제외국인학교는 부산은 물론 울산과 경남 거제 등의 학생까지 재학 중이어서 울산이 국제학교를 신설하더라도 비교우위에 설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낮은 인지도 역시 국제학교 설립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제학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전혀 모르거나 잘 모른다는 응답이 57% 달한 반면, 어느 정도 알고 있거나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4.1%에 불과했다.

특히 국제학교가 특정 계층을 위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아 부담으로 작용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국제학교 설립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울산경제자유구역이 확대되고 이를 통한 외국인 유입이 증가할 경우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