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조선업 도시 동구와 해양 관광선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고 매력적으로 풀어나가며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다. 우영우 인사법이 SNS를 타고 수많은 패러디물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활발한 담론을 이끌어냈다.
우영우의 인기에 울산 남구도 덩달아 큰 수혜를 입었다.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심리상태, 인간관계 등을 표현한 고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실제 바다에서 고래를 볼 수 있는 남구의 고래바다여행선 인기가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고래바다여행선 이용객은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2만6848명을 기록했고, 고래바다여행선을 탈 수 있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는 2008년 특구 지정 이후 최대인 120만3000여명이 방문했다.
남구는 환경부가 주관하는 지역 맞춤형 통합하천사업에 여천천이 선정돼 2760억원의 국비를 확보하면서 또 다른 관광선 콘텐츠도 준비 중이다. 여천천 선착장부터 장생포항, 고래문화마을(박물관)관광, 울산대교, 돋질산, 여천천 선착장까지 약 25㎞ 구간을 둘러보는 ‘이수삼산 풍류뱃길’을 조성해 울산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남구처럼 동구도 해양 관광선을 관광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동구는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위치해 있는 대한민국 최대 조선업 도시로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해양관광을 육성 중이다. 해양 관광선은 동구의 정체성이 담긴 맞춤형 상품이 되기에 충분하다.
동구 앞바다에 관광선이 오가는 것은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산업부와 울산시가 4년간 총 448억원을 투입해 건조한 울산태화호 활용이 그 열쇠다.
울산태화호는 국내 최초 직류 기반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선으로 무게 2700t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된 32개의 최첨단 기술이 적용돼 선상 회의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고, 해상지도에 표시된 길에 따라 자동으로 운항하며 위험이 인식되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회피 운항을 하는 등 기존 관광선과는 차별화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울산시는 태화호를 연구와 교육 목적 외에 지역 해양 명소인 울주군 간절곶,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동구 대왕암공원과 연계한 해양관광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구, 남구, 울주군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이슈를 선점한 곳은 울주군이다. 울주군은 군의회와 함께 울산태화호 견학을 다녀오고, 울산태화호를 활용한 스마트 관광 콘텐츠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주와 포항, 부산 등 인접 지자체까지 운항해 관광단지 확장, 간절곶 일출을 테마로 한 관광상품 개발, 남부권 관광개발 계획 접목, 마이스(MICE) 산업과 연결 등 구체적인 사업도 거론되고 있다.
동구도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핵심은 울산태화호를 타기 위해 동구로 관광객들이 오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히 동구 앞바다를 지나는 형태로 울산태화호가 운행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울산태화호 계류장을 동구에 유치해야 한다. 계류장의 기능을 확장하면 선착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가 검토 중인 계류장 후보지는 동구의 방어진항, 남구의 장생포항, 울주군의 나사항 등 3곳이다.
국가어항인 방어진항은 해양수산부와의 협의 및 인허가, 어민들의 반발 등이 약점으로 평가되지만 올해 상반기 최종 후보지가 결정될 예정인 만큼 문제점을 해소할 시간은 충분하다. 동구의 기업인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한 울산태화호를 동구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한다는 명분도 있다. 적절한 논리 개발 등 동구의 노력뿐 아니라 울산시의 통근 결정을 기대한다.
이수영 울산 동구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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