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동구=현대’ 벗어나 보편적 행정력 회복해야

2023-01-30     경상일보

국민의힘 울산동구당원협의회가 지난 27일 울산시에 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안에 대한 해법이나 정치적 이견으로 발생한 논쟁이나 비방을 위한 기자회견이 아니라, 지역 현안에 대해 행정기관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흔치 않은 기자회견이다. 더구나 기자회견에 나선 정치인들이 현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을 포함한 지방의원들인 데다, 그 목적이 지역 현안에 대한 시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을 공식화하는 데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동구당협은 △미포구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줄 것 △서부초등학교와 현대중고등학교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 진입로의 빠른 개통 등 3가지 현안을 제시하면서 울산시의 지원을 촉구했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현대미포조선이 조성한 천연잔디구장인 미포구장은 관리의 어려움으로 지역주민들의 이용에 제약이 많으므로 시가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는 요청이다. 남목지역 학생들의 통학로 확보는 이 일대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통학로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안전사고의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이유다. 자율운항선박성능실증센터 진입로는 울산시와 동구가 사업비 분담률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조성이 안 되는 바람에 현대중공업을 통과해 드나드는 애로를 겪고 있다. 3가지 현안 모두 울산시와 지역주민들이 대체로 인지하고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방의원들이 공개적인 행보를 한 배경은 바로 울산 동구지역이 갖고 있는 특수성에 있다.

동구는 지난 수십년동안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업의 역할이 울산시나 동구의 행정적 역할보다 더 크게 작용해 ‘동구=현대’로 인식돼 있는 지역이다. 현대중공업과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정몽준 의원에 의해 지역 내 각종 문화·체육·편의시설 등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몽준 의원의 정계 은퇴와 세계적 조선경기 침체가 겹치자 현대중공업이 상당수 지역 문화·체육·편의시설들을 매각하고 관리에서 손을 떼면서 시와 구의 행정적 소외가 현실적 불편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행정적 보완을 위해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권명호 의원의 말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 후 전달된 건의문을 받아든 김두겸 울산시장도 “행정서비스의 변두리에서 힘겨워한 동구 주민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현안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현안이 생기면 시나 구청보다 정몽준 의원 사무국으로 먼저 달려가던 동구지역의 특수성을 원점에서 되짚어 보고 보편적 행정력을 회복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