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바다와 함께 하는 건축
고교 시절,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에 면한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근현대 기간 고속 성장을 했다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 인천, 목포, 평택, 부산, 울산, 창원, 포항 등 바다와 인접해 있는 많은 도시들이 각각의 지리적 환경에 적합한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주도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노력을 통해 발전했고 현재도 발전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바다를 활용한 중공업 산업을 통해 빠른 성장을 했고 그 덕분에 부모세대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고민 또한 깊은 시기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반도의 장점인 해양공간을 활용한 관광·레저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15년 전쯤 다니던 설계사무소에서 우리나라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발굴하고 이를 관광자원화하는 플랜을 세우는 팀에 속해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일하면서 지리 관련 과목에서 배웠던 지식을 활용해 다도해 각 섬의 특성을 찾아 자료화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의 리아스식 해안인 다도해가 형성된 것은 오랜 세월 동안 해수면 상승이나 하천의 침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서해안에 복잡한 해안선이 형성되고 많은 섬들이 있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후기 간빙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하천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산봉우리 부분은 섬으로 나타났고, 하단부는 곶으로 드러났으며, 골짜기 부분은 물이 차올라 만이 되었다. 이런 지형은 배가 드나들기 복잡하고 내륙 가까이로 갈수록 해류가 약해서 김, 미역, 굴, 조개 등의 양식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해안으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한려해상국립공원, 순천만 국가정원 등을 들 수 있다. 또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 여수 엑스포 해양공원, 흑산도, 청산도, 거문도와 거제도 해금강과 소매물도, 통영의 한산도와 미륵산, 남해군 일대 금산과 남해대교, 노량해협, 충렬사, 사천의 옛 삼천포 앞바다 등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들이 있다.
이와는 다른 지형적 특성을 가진 동해안의 경우, 바다 밑이 올라와 육지가 된 이수해안으로, 단조롭고 굴곡이 적은 해안선을 갖고 있다. 삼척에서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면서 속초의 석호인 영랑호, 강릉의 경포호, 모래해안과 해안 단구 등이 발달해 있다. 이들은 러시아 및 일본과의 국제 관계에 중요한 요충지였다. 이 외에도 중화학 공업의 중심지로 발전한 울산, 포항, 부산이 동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건축 설계자로서 이러한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을 배경으로 장소성을 빛내줄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최근 건축작품상에 선정되는 건축가 중에는 해양공간을 활용한 멋진 건축물을 설계해 상을 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주변환경 요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건축 디자인의 주요한 요소로 끌어 들여 공간을 만들고, 그 곳의 장소성이 일반사람들의 반향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면 해안은 분명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것이다. 그런 면에서 건축설계는 여전히 곳곳에 창조적 역량이 필요한 것 같다. 아직 발견되지 못한 매력이 잠재한 우리의 해양공간에 건축 설계자들의 훌륭한 역량과 지역의 자원이 잘 어우러진다면 그 보다 좋은 창작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바다와 해안 등 특별한 공간을 이용해 만들어낸 좋은 건축과 디자인 사례를 찾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도 있을 것이고 전위적인 미래지향의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도 있을 것이다.
울산은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는데도 아직 내놓을만한 훌륭한 건축물이 없다. 바다와 관련된 울산시민들의 여러 생각들이 어우러져 머지 않아 세계적인 건축물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정수은 울산과학대 건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