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휴정 화재 현장서 추락했던 김희창 소방관 내달 퇴임 앞둬

2023-01-30     차형석 기자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네요. 20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희창(56) 울산북부소방서 현장안전점검관(소방위)은 지난 2003년 9월25일 낮에 발생한 남구 신정동 ‘이휴정(울산시지정 문화재 자료 1호)’ 화재만 떠올리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김 소방위는 당시 울산남부소방서 방호팀 소속으로 동료 소방대원들과 지원업무차 화재 현장으로 갔다.

그는 “그날 외부 출장을 갔다 왔는데 직원들이 모두 (화재현장에)나가고 저까지 3명만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며 “그런데 예상보다 진압하는데 오래 걸려서 남은 3명도 지원을 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소방위는 현장에 도착 후 김길만 소방관(현 북부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 조희원 소방관과 함께 사다리를 타고 이휴정 지붕위로 올라갔다. 주불은 잡았으나 지붕을 덮고 있는 기왓장 내부 속불을 끄고자 기왓장을 걷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왓장을 하나씩 걷어내는 작업을 하던 중 김 소방위 등 3명의 소방관은 올라간지 얼마 되지 않아 차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불에 탄 오른쪽 기둥과 물을 머금은 처마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손 쓸 겨를도 없이 떨어진 것이다. 높이가 5~6m 가량으로 충격이 적지 않았다.

김 소방위는 “제가 먼저 떨어졌는데 오른팔부터 딛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떨어지고 나서 한 동안 일어설 수 없었다”며 “얼마 안 있어 구급차를 타고 동강병원에 갔고, 뒤 이어 추락한 2명의 동료들도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김씨는 허리쪽을 다쳐 ‘척추관 협착증’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고, 그 후유증은 아직도 남아 있다. 김 소방위는 “그나마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소방위 등의 추락 장면은 당시 현장 취재를 갔던 본보 김동수 기자가 단독 촬영 보도해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김 기자는 이 특종보도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과 한국사진기자협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등 5개의 상을 수상했다.

김 소방위는 “순식간에 일어났는데 찰나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잘 포착한 것 같다. 지금도 이 사진을 보면 그 때 당시가 떠오른다”고 했다.

김 소방위는 이 화재 현장외에도 SK 폭발화재와 삼환아르누보 화재 등 크고 작은 울산의 화재현장을 누벼왔다. 화재조사자격증을 소지한 덕에 나중에는 화재현장의 조사와 현장 분석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

김 소방위는 이렇게 인생의 절반 가량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28년간의 소방관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자 명예퇴직을 신청, 다음달에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는 “28년 동안 힘들 때도 있었지만 보람스러울 때가 더 많았다”며 “딸아이들도 아빠가 소방관이었다는데 자랑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지인들과 음악밴드를 만들어 양로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