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차 공공기관 이전, 기존 혁신도시에 우선 배치해야

2023-01-31     경상일보

국토교통부가 지난 3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2023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상반기 안에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시즌2가 문재인 정부를 건너뛰고 윤석열 정부에서 재추진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국가 존립의 문제로 등장한 국토균형발전의 중요한 해법 중 하나가 바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기 때문이다. 혁신도시가 조성돼 있는 울산으로서는 지속가능한 도시에 반드시 필요한 공공기관 추가 유치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 방침을 보면 시즌1은 물론이고 예상했던 방향과도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의 신속한 이전을 위해 새롭게 건물을 지어 옮기는 방안 보다는 기존 건물을 임차해 활용하는 방안이 수립되고 있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신속한 이전이 가능한 기관부터 실제로 이전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혁신도시와 같은 신도시를 조성하거나 기존 혁신도시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원도심 등에 있는 기존 건물을 활용함으로써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원도심 공동화 현상도 함께 극복하겠다는, 일거양득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느 도시든 공공기관의 이전에 적절한 여건을 갖춘 곳이 있다면 올해 안에 이전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정부의 방침이 그동안 예상과는 완전히 달라지자 30일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국 10개의 혁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시 다른 지역에 공공기관을 분산 배치할 것이 아니라 기존 혁신도시에 우선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결의했다. 일괄이전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분산배치할 경우 지역소멸 현상과 맞물려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면서 오히려 혁신도시 이전이 유야무야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존 혁신도시의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혁신도시 부지가 아직 많이 비어 있는 울산으로선 혁신도시에 새로운 공공기관들이 새 건물을 지어서 이전해오는 것이 가장 쉽고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의 방침대로 원도심 등의 건물을 활용한다는 것은 실제로 건축물 사정을 파악해보면 현실성이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도시는 이미 기반시설이 돼 있는 만큼 건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혁신도시를 경험한 전국혁신도시협의회의 말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