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해남부선 폐선부지보다 옹기마을에 집중해야 할 때다

2023-02-03     경상일보

울산시 울주군이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와 길천초등학교 이천분교 활용 방안 모색을 위해 용역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울산과 부산을 잇는 동해선이 복선전철로 새로 조성된 후 폐선이 된 동해남부선을 활용해서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용역범위는 옹기마을 터널(길이 60m)과 고산터널(길이 205m) 마근터널(660m) 등 터널 3곳과 망양역~서생역까지 폐선부지 길이 8.25㎞다. 면적으로는 약 4만9000㎡다.

울주군은 지난해 1월 옹기마을을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면서 건축설계공모를 했다. 국내외 이름난 건축가들 4명을 선정해 옹기마을 내 유휴부지 활용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건축물 설계를 의뢰한 다음, 그 중 김찬중 건축가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월 적어도 옛 영남요업 부지에 들어설 건축물의 공사는 시작돼야 했으나 설계변경으로 인해 1년이 연기됐다. 울주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착공해 2025년에는 준공을 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공모에는 △옛 영남요업 부지(4421㎡)를 활용해서 건축물을 올리는 사업 외에도 △옹기마을(17만4580㎡) △옹기문화공원(4만9300㎡)과 함께 △동해남부선 철도 폐선부지(1.1㎞)와 철도유휴부지(5만2000㎡)를 어떻게 개발, 관광자원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마스터플랜도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울주군 지역의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가운데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곳이 바로 옹기마을 인근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놓고도 활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거나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다시 동해남부선 폐선부지 활용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새로 용역을 실시할 이유는 높지 않다.

옹기마을은 울주군의 유력한 관광자원 중 하나다. 옹기마을에서 펼쳐지는 옹기축제에 대한 호응도도 높은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24년 한국방문의해를 맞아 선정한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도 옹기축제가 포함됐다. 빼어난 건축물 하나면 쉽게 관광객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옹기마을의 관광자원화에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설계공모에만 해도 수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 첫 단추도 끼우기 전에 관광자원화의 가능성이 높지도 않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로 범위를 넓힐 이유는 없다. 옹기마을에 관광객이 몰려 확대의 필요성이 높아지면 그 때 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관광산업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용역만능주의’로 해결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