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대재해 예방의 해법은

2023-02-06     경상일보

산업재해, 그 중에서도 중대재해는 시공(時空)을 가리지않고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14일 화성시 물류센터 신축현장에서 이동식크레인이 인양하던 틀비계가 벽체 철근에 부딪히면서 무너진 철근에 신호수 등 3명이 사상했다. 이 업체는 작년에도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사망해서 수사를 받던 터였다. 또, 1월15일에는 부산 숙박시설 공사장에서 크레인으로 벽돌을 올리다가 15m 상공에서 벽돌이 추락해, 20대 하청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행인 2명이 다쳤다. 이 두 곳 모두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보기 위해, 전문가TF(Task Force)를 출범시켰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이 법령을 적용하기 때문에 문제점은 없는 지와 법을 시행한 지 벌써 1년이나 흘렀지만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는 중대재해는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니 정부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최초의 입법취지와 달리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번에 위촉한 전문위원 8명 중 7명이 법조인나 법대교수 등법률전문가에 편중되었다. 필자의 바람이지만, 실제 사업현장에서 법 적용을 받고 있는 경영인, 안전관리자, 노동계 등에서도 위촉되지 않은 점이 다소 아쉽다.

이 법령이 처음 시행된다고 했을 때, 과거보다 재해가 눈에 띄게 감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던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경영책임자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미온적 처벌에 그칠 일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행 후에도 보편적인 기대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 법령은 지난해 1월부터 시행했는데, 중대산업재해 또는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법률의 부칙에 따라, 내년부터 유예기간이 종료되므로, 이제는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시행 전부터 정치권이나 경영계 등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발의 목소리도 일부 있었지만, 당시 정부에서는 법의 초점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이 아닌 재해예방에 두고 있음을 재차 역설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시행 결과를 보건대, 그렇게 괄목할 만큼 효과를 보았거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올해 정부나 관계기관에서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은 법령이나 제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규모 사업장에 확산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라 믿는다. 미디어나 홍보물을 통해서 단순히 안내하는 수준에만 그치지말고 지역·권역별로 의무교육을 필히 진행하고, 사업단위 업종별 협의회에서도 보조교육을 병행하기를 바란다. 재해예방의 핵심은 경영자, 안전보건관리자, 현장관리자 등이 모두 법령의 시행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데 있다. 그저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서 강제로 이끌려가듯 수동적으로 준수하는 모습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업주-관리자-근로자가 일심동체로 안전마인드를 가지고 사업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이고 모여 시간이 지나서는 결국 안전을 위한 의식과 행동이 완전히 몸에 배도록 습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재해의 발생은 주로 근로현장에서 일어나므로 현장을 방문하여 홍보·계도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작업현장에서 이른바 조장이나 반장이라고 하는 근로자들과 밀착해서 근무하는 하급 현장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근로자의 작업활동이나 안전복장 착용 등이 이들의 시야에 주로 항시 근접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적시적인 현장조치 및 즉각적인 보고 등 안전관리에 원활하게 동참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하거나 여건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끝으로, 무엇보다 ‘일을 하다보면 재해 발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라는 무사안일주의나 안전불감증 같은 마인드를 불식하고, ‘재해는 반드시 예방할 수 있다’는 사업자·관리자·근로자 모두의 신념체계(belief system)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정숙 울산여성경제인협회 총무이사 배광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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