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달여 앞둔 국민의힘 전당대회, ‘윤심’ 논란은 이제 그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흙탕이 돼가고 있다. 윤대통령이 누구 편인가를 가늠하는 ‘윤심’을 두고 연일 싸움이 계속되다가 마침내 대통령까지 나섰다. 5일 윤석열 대통령은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들어도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경계하는 대통령의 의중이 노출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안윤연대’라는 표현, 누가 썼나. 그건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며 마치 대통령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드러내 혼란을 더했다.
당과 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국정 주요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여당대표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대통령의 마음(윤심)이 중요한 변수가 될 뿐 아니라 어떤 측면에서는 국민들도 대통령의 마음을 알 필요가 있다. 문제는 윤심을 노골화해서 국가적으로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윤심을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공연한 선거개입으로 여당의 전당대회 이후 국정 동력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내달 8일이다. 한 달여 남았다.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당대표엔 9명이 등록해 예비심사를 거쳐 6명으로 압축됐다. 원내에서는 울산 남구을을 지역구로 하는 4선의 김기현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이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원외에선 천하람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위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올랐다. 국민들이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유치한 ‘윤심 논란’은 이제 끝내고, 어려운 시기에 당대표의 역할론을 두고 심도 있는 경쟁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당대표 선거는 정치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다. 정치고수들의 경쟁인 만큼 국가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주어야 한다. 교육·노동·연금개혁에 글로벌 경기침체, 안보 위기 등 코앞에 닥친 일거리가 태산이다. 고물가·고금리에 찌들어가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전해져야 한다. 더구나 이번에 당선되는 당대표는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여당의 역할론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