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지역 문화예술인단체, ‘토사구팽’ 떠올릴지도

2023-02-06     전상헌 기자

문화와 예술은 국가와 사회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그러기에 문화예술인의 위상과 가치는 높게 평가돼야 한다. 울산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이들이 있다. 바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들은 시민을 위해 끊임없이 전시와 공연을 이어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단체를 꾸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며 울산지역 문화 발전에 공헌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현재 울산 시민은 같은 공간에서 풍요로운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광역지자체로서 처음으로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받고, 곧 본격적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법정 문화도시가 되며 지역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올해 울산문화재단의 ‘울산예술지원 사업’ 공모를 보면 경력이 단절된 지역 예술인도 창작과 발표 활동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문학·시각·공연예술 분야 지원금도 예년에 비해 소폭 늘어났다.

하지만 단체 지원금은 삭감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사라졌다. 이 때문에 지역 문화예술인 단체는 문화·관광·체육 분야 관련 단체로 한정해 지원 자격이 있는 울산시의 ‘문화관광체육 육성사업’ 접수에 몰렸다. 지난달 27일까지 진행한 2023년 상반기 1차 신청 건수가 193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9%나 증가했다. 그렇다고 예산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예산은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탈락하는 문화예술인 단체가 무더기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전개가 예상된다.

이들은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울산의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결과가 자신이 속한 단체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후회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법정 문화도시 울산은 아직 출범도 안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고, 향유 수준 또한 차이가 크다. 세대별, 성별, 탈북민, 결혼 이주여성, 귀촌·귀농인, 장애인, 빈부 등 다양한 계층이 서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수준이 달라 상호 이해의 폭도 좁다. 울산 시민과 개별적인 문화예술인 지원만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 벅차다. 법정 문화도시 울산으로 나아가기 위해 지역 문화예술인 단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경험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 단체가 나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각 분야 장르별로 지역에 숨어있는 후계 인재를 발굴해 훌륭한 예술인으로 양성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또 자신의 전문 장르별로 회원 간 뜻을 모아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예술을 지키고 보전하는데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할 수도 있다.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주던 것은 뺏지 말고, 가급적 지역 행사에는 지역 문화예술인 단체를 우선 참여시키는 등의 자립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상헌 문화부 차장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