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로또 청약’ 공식 깨졌다
2023-02-06 석현주 기자
주택시장 호황기 청약 당첨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종의 ‘로또’처럼 여겨졌지만, 집값이 1년 새 급락하면서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는 추세다.
5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아파트 입주자모집 공고문을 비교·분석한 결과, 분양가(옵션 제외·층수반영)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신축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 신축 아파트는 지난 2020년 1월 이후 분양된 전국 아파트다.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에는 분양가를 밑도는 가격에 거래된 단지는 20곳이었으나 지난달인 올해 1월에는 한 달 만에 11개 단지가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됐다.
울산에서는 울주군 언양읍 ‘e편한세상울산역어반스퀘어’가 이에 해당됐다.
지난달 2일 e편한세상울산역어반스퀘어 84㎡(3층)가 2021년 3월 당시 분양가 4억200만원보다 6200만원 낮은 3억4000만원에 직거래된 것이다. 이 단지는 청약 당시 11가구 모집에 627명이 몰려 5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인근지역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늘면서 분양가 아래 거래도 생겨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울산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분양·입주권을 내놓는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집값 하락세 속 전셋값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수분양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권을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구에서는 2020년 6월 분양 당시만 하더라도 20.9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대현시티프라디움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마피’가 등장했다. 현재도 최고 5000만원의 ‘마피’가 붙어있는 상황이다.
2년 전 5억8000만원가량에 분양됐던 아파트였고, 2021년 5월엔 7억508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달 중순에는 5억3943만원(21층)에 거래되는 등 분양가와 엇비슷하거나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5월 입주를 앞둔 동구 도웰시티자이도 분양가보다 낮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분양 당시 1단지 84㎡ A타입 1순위 경쟁률이 최고 13.21대1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분양가보다 1000만~2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추세다.
분양 직후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타고 6억원대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4억원 미만 매물도 나와 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작년부터 전국적으로 집값이 조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부족한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지방 지역의 일부 단지는 고분양가를 책정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