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89)]입춘, 햇살과 새싹이 빚은 작품

2023-02-07     이재명 기자

지난 4일은 입춘(立春)이었다. 일주일 전에는 통도사 홍매가 피어서 미리부터 봄을 알렸다. 입춘의 春(춘)은 日(해 일)자와 艸(풀 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새싹이 햇살을 받으면서 돋아나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원래 갑골문으로 새겨져 있는 이 글자는 문자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다. 이 갑골문의 그림이 세월이 흐르면서 해서체 ‘春’으로 바뀐 것이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라고 한다. 봄 외에도 ‘용수철’ ‘옹달샘’이라는 뜻도 있다. 그렇다면 용수철은 봄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용수철(龍鬚鐵)의 용수(龍鬚)는 돌돌 말린 용(龍)의 수염(鬚)을 말하는데 이 수염은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다. 용수철이 그렇듯이 새싹들은 땅을 뚫고 오르는 성질이 있다. 돌틈 속에서 솟아 나오는 옹달샘도 그렇고,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땅속에서 뛰쳐나오는 것도 그렇다.


아직은 얼어 있으리, 한/ 나뭇가지, 가지에서/ 살결을 찢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싹들/ 아, 이걸 생명이라도 하던가// 입춘은 그렇게 내게로 다가오며/ 까닭 모르는 그리움이/ 온 몸에 쑤신다// 이걸 어찌하리/ 어머님, 저에겐 이제 봄이 와도/ 봄을 이겨낼 힘이 없습니다// 봄 냄새 나는 눈이 내려도. ‘입춘’ 전문(조병화)


기상청은 일 평균기온(9일 이동평균)이 특정온도에 도달하거나 밑으로 내려간 후 다시 기존의 평균기온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첫 날을 해당 계절의 시작으로 본다. 그렇게 봤을 때 지난 30여년 동안 전국적으로 봄이 시작된 날짜는 평균 3월12일이었다. 그런데 울산은 그 보다는 훨씬 빨리 봄이 온다. 24절기는 고대 중국의 화베이(華北) 지방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의 봄은 이미 울산 사람들의 가슴에 깃든지 오래다.

입춘부터 우수까지 15일간의 기후나 그에 따른 자연현상을 표현하는 말로 ‘입춘삼후(立春三候)’라는 말이 있다. 입춘날부터 첫 5일간인 초후에는 ‘동풍해동(東風解凍)’이라 해서 동풍에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그 다음 5일간인 중후에는 ‘칩충시진(蟄蟲始振)’이라 해서 잠자던 벌레들이 활동을 시작하며, 우수 전 마지막 5일 동안인 말후에는 ‘어척부빙(魚陟負氷)’이라 해서 물고기가 올라와 얼음을 등에 진다고 했다.

입춘축에 이런 글귀가 있다. 재종춘설소(災從春雪消) 복축하운흥(福逐夏雲興). 토끼해를 맞아 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