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공요금 등 물가 인상에 허리띠 졸라매는 울산시민들
“영업시간을 단축시켰는데도 지난달 전기료가 평소보다 2배 높게 나왔습니다. 이 상태로면 주 6일 근무로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공공요금이 크게 오른다는 소식에 지난 겨울보다 적게 틀었는데도 가스비가 40~50% 정도 올랐습니다. 자가인데 가스비 때문에 월세를 내고 거주하는 느낌입니다.”
최근 지역 전통시장이나 유통업계 현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들의 화두는 단연 공공요금 인상이다.
지난달 울산지역 전기·가스·수도요금이 전년동월 대비 28.9% 상승하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료는 전년동월 대비 29.5% 상승하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도시가스비도 전년동월 대비 36.4% 상승하며 1998년 4월(48.2%) 이후 24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지표와 관련된 좋은 소식이 들린건 언젠지 기억조차 희미해질 정도다. 조금만 버티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올해도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울리고 있다.
이에 가계부로 소비를 기록하고 비교적 싼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품을 구매하거나 중고거래로 생활비 일부를 보태는 등 소비를 줄이는 ‘짠테크’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플렉스’와 ‘욜로’를 외치며 소비의 주축이 됐었던 MZ세대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불과 몇년 사이에 달라진 소비생활의 이면에는 오르기만 하는 물가, 청년들의 고용 불안, 부동산 시장 침체, 노인 빈곤 등 불확실한 미래가 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허리띠를 졸라매게 된 것이다.
하루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버티는 무소비·무지출을 인증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이 된 현상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 세대의 현상황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짠테크가 중·장기적으론 총수요를 줄여 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절약의 역설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민생 보다는 민생을 앞세워 매일 힘겨루기만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로 이미 벼랑 끝에 섰던 시민들이 또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비정상적인 현실에 대해 여야는 그 어느때보다 책임감 있는 태도로 민생을 살펴야만 한다. 지금은 네 탓이 아닌 다함께 힘을 합쳐야할 때다. 권지혜 정경부 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