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사람]“24년간 달린 거리 지구 두바퀴 향해”

2023-02-07     신동섭 기자
“24년 동안 달려온 거리가 지구 두 바퀴째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울산 북구청이 지난 2017년도에 만든 기네스북에 마라톤 풀코스 최다 완주자로 이름을 올린 박문곤(59·현대자동차 에너지관리팀)씨는 지금까지 마라톤 등으로 뛴 거리가 지구 한 바퀴(4만6000㎞)를 넘어서 두 바퀴째를 향해가고 있다. 어림잡아 6만㎞가 넘는다.

교통사고 후유증 극복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한 박씨는 지난 2001년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대회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3시간21분7초)한 것을 시작으로 8년만인 2009년 12월에 풀코스 100회를 달성했다. 이어 2010년에는 제1회 태화강 울트라마라톤대회 100㎞ 부문에서 우승(본보 2010년 5월31일자)하며 지역사회에 이름이 알려졌다.

또 2016년 12월에 풀코스 178회 완주에 이어 2017년 제18회 울산마라톤대회에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이자 목표인 ‘서브-3(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를 100회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서브3은 일반인들이 한 번이라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울산에서는 최초였고, 전국에서도 14번째 기록이었다. 이러한 기록 등으로 박씨는 2017년에 북구청이 만든 기네스북(본보 2017년 8월1일자)에 이름을 올렸다.

박씨는 그 뒤로도 마라톤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고,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총 189회 완주했다. 대기록을 달성한 이후에는 기록 경신을 위한 대회참가는 지양하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각 6㎞, 15㎞ 거리를 뛰어서 다니고 있다.

박씨가 마라톤을 하게 된 계기는 20여년 전 중앙선 침범 차량으로 인해 경추, 고관절 손상 등 전치 33주의 큰 부상을 당하면서다. 의사들은 낫더라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판단했지만 주위 친구·가족·동료들의 지지와 격려로 조금씩 회복됐다.

그는 “처음에는 실의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4~5살 아이들과 주변을 둘러보다 굳건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처음에는 휠체어만이라도 탈 수 있었으면 했다”며 “회사복귀도 지인들과 동료들의 격려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 복귀 이후 후유증 및 고통으로 인해 출결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이대로는 인생이 끝나겠다’는 판단으로 지난 2000년부터 모든 약을 끊고 5㎞의 출퇴근 거리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걸어서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 걷기 시작한 게 오늘날 저를 있게 했다”고 회고했다.

출퇴근 길을 계속해서 걸어 다니다 보니 사내 마라톤동호회 가입을 권유받게 됐다. 기록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참여한 마라톤 대회를 거듭하다 보니 몸도 좋아지고 주위의 시선도 바뀌게 됐다.

박씨는 “사고 이후 여태까지 모든 순간이 생존을 위한 과정”이라며 “순간의 행복, 순간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겼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많은 분들에게 받은 지지와 격려,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다는 박씨는 “은퇴 이후 다른 이들에게 동기부여와 올바른 삶의 궤적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