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자립! 홀로서기가 아닌 함께 서기

2023-02-09     경상일보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 중인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되고 시설에서 나와야 한다. 이들을 보호종료 아동 또는 자립준비 청년이라 부른다. 지난해 보호 종료시점이 끝난 청년이 사회로 나와 고군분투 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어쩌면 이들은 자기결정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보다 규율과 규칙이 우선시 되는 단체 생활을 삶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던 것은 아닐까? 사회안전망의 구축을 위해 규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자립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과연 현 제도권 내에서 실질적인 자립지원이 얼마나 이루어 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시설 퇴소 이후 겪게 되는 고립된 현실은 고독사에 이은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 이들은 이른 시기에 홀로 삶을 꾸려가며 정서적·경제적 어려움을 동시에 겪게 되는 상황에 노출된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성장과정에서부터 자기 주도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자기 주도성을 키우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단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함을 말해준다.

울산시의 아동 보호 관련 시설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시설이 있다. 총 380여명의 아동이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 중 130여명이 자립준비 청년이다. 또한, 자립지원시설과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운영하며 보호 기간을 만 24세까지 확대·시행하고 있다. 더하여 다양한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립준비 청년에게는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아동발달지원계좌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보호 기간을 확대하고 자립준비 청년 지원제도가 다양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산을 늘리고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자립준비 청년이 주변의 차별과 시선에 고립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힘들 땐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자립준비 청년임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사회 분위기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자립지원 과정이 아동복지시설에서부터 준비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자립은 ‘돈’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자립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희망에 따른 결정을 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찾을 수 있는 과정이 병행 되어야 한다. 즉, 자립은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기에 어린시절부터 자기 결정성을 기를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 실패가 오더라도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으며, 반복적인 과정을 함께 고민하는 좋은 지지자와 정책 제도가 이들의 자립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 자립의 조건이 청소, 요리, 쇼핑을 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살 수 있는지, 이웃 간의 갈등을 해결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통해 본다. 경제적 혜택을 입는 것만이 자립이 아니라, 한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능력을 갖추었는지,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지고 이를 헤쳐나갈 수 있는지를 바라보는 개념이 울산시의 자립준비 청년 지원제도에 스며들 필요가 있다.

자립준비 청년 역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들의 자립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좋은 어른, 좋은 친구, 편안한 사회분위기, 더불어 체계적인 자립지원 제도의 뒷받침을 통해 자립 이후 제2의 세상은 자신의 선택으로 채워나갈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영해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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