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보통’인데…울산 뒤덮은 흙비

2023-02-14     강민형 기자
13일 이모(31·울주군)씨는 차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말에 닦아둔 차가 잠깐 점심을 먹고 나온 사이에 흙먼지 등으로 뿌옇게 얼룩이 져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울산의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었는데 차량이 온통 흙먼지를 뒤집어 쓴 것처럼 얼룩진 걸 보고 황사비가 내린 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한 커뮤니티에는 ‘비’ 맞은 차량의 오염 여부를 묻는 글에 3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작성자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원인이 미세먼지인거냐, (이날) 언양·삼산·명촌을 다 돌아다녔는데 모두 같았다”고 적었다.

이날 예보없이 내린 흙비로 차에 빗자국을 따라 황토색 띠가 생기는 등 시민들은 환경오염, 황사 등을 우려했다. 기상청에도 예보 관련 문의 외에 기상현상을 문의하는 전화가 평소 대비 50~7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울산지역 강수량은 1.1㎜로 오전에 그친데다 바람도 3~4m/s로 충분히 불어 미세먼지가 정체될 가능성은 낮았다. 미세먼지 농도도 ‘보통’이었다.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황사 발생시 공식 관측소에 황사 관련 현상이 관측되거나 발원지와 가까운 서쪽부터 높은 농도의 황사가 관측된다.

하지만 이날은 이같은 현상이 모두 관측되지 않아 황사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기상청은 “대체로 황사 발원이나 봄철 송화가루 등의 원인으로 이물질이 섞인 비가 종종 내릴 수는 있지만 이번처럼 황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흙먼지가 섞인 비가 내리는 일은 드물다”면서 “사후 분석의 여지는 있지만 명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울산 지역의 습도가 오전 70%, 오후 60% 이상을 기록하면서 높은 습도 영향으로 잔류하던 미세먼지나 흙먼지 등이 차량 등에 엉겨붙어 나타난 현상으로 추정된다. 강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