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글로벌 생태도시의 꿈,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부터]울산 산·강·바다 지정조건 두루 갖춰
울산을 관통하는 태화강은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급물결 속에 한때 공업도시, 공해도시를 상징하는 오염된 강이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로서 세계적 발전사를 써내려간 울산이지만 매연, 오수, 폐기물 등 환경오염으로 기피 대상 지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광역시 승격 이후 민관산이 힘을 합쳐 본격적인 태화강 살리기에 들어가면서 태화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울산의 생태환경은 급변했다. 태화강은 생태도시 울산의 상징이 됐다. 이처럼 울산이 수십년에 걸쳐 공해도시에서 생태산업도시로 급변하는 과정은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울산처럼 산과 강, 바다를 동시에 보유한 도시도 드물다. 울산은 이미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될만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울산이 글로벌 생태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 필요성과 향후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생물권 보전 지역이란
생물권 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이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대상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육상, 연안 또는 해양 생태계다.
기존 보호 지역은 환경의 보전을 목적으로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거나 사전에 방지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생물권 보전지역은 인간의 생활과 활동을 자연환경의 일부로 보고 자연환경의 보전과 균형에 초점을 뒀다.
생물권 보전지역은 국제 협약이나 협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보전, 발전, 지원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생물권 보전지역은 용도에 따라 핵심구역, 완충구역, 협력구역으로 구분된다. 핵심구역은 엄격하게 보호되는 하나 또는 여러 개 지역으로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간섭을 최소화한 생태계 모니터링, 파괴적이지 않은 조사·연구, 영향이 작은 이용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국내법으로 보호받는다.
완충구역은 핵심지역을 둘러싸고 있거나 이에 인접한 지역으로서 환경교육, 생태관광, 기초연구 등 건전한 생태적 활동에 적합한 협력 활동을 위해 이용된다. 협력구역은 다양한 농업활동, 주거지 등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역사회, 관리 당국, 학자 등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생물권 보전지역은 1976년 생물권 보전지역 네트워크 구성 이후 지속해서 늘어났고, 지난 2021년 기준 131개국, 727곳(22개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 포함)이 지정돼있다.
◇국내 지정 사례와 시사점
우리나라의 경우 1982년 설악산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제주도(2002), 신안 다도해(2009), 광릉숲(2010), 고창(2013), 순천(2018), 강원 생태평화(2019), 연천 임진강(2019), 완도(2021) 등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신안, 고창, 제주도 등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청정 지역 브랜드를 활용한 상품화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지역 특산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사용에 따른 특산품 판매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또 생물권 보전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홍보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발굴·운용함으로써 지정 이후 눈에 띄는 관광객 증대 효과가 발생했다. 실제로 신안에서는 지난 2009년 지정 이후 방문객과 특산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해 오히려 지역 주민이 나서 생물권 보전지역 확대를 요청했고, 지난 2016년 4개 읍에서 14개 읍으로 보전 지역이 확대되기도 했다.
관광객 증가와 특산품 판매 증가라는 가시적 소득 증대 효과를 통해 생물 다양성 보전 활용을 위해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볼 수도 있다.
울산연구원 김희종 박사는 “울산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글로벌 생태 도시로서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울산이 국제 기구가 인정한 청정지역으로 알려지면 울산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에 대한 지역 주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